오늘도 꽃송이 하나 그려

#15 마음을 더해 더욱 붉어지는 꽃송이

by 이봄


요즘, 남자는 알았다. 나이를 먹었다 해도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음을 알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 티 하나 없는 하얀 종이, 갈매기도 가까이하지 않은 모래밭 따위를 보았다 하자. 그러면 나도 모르게 쪼르르 달려가 손가락 펜을 삼아 마음을 그리고야 만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어질러지지 않은 순수는 사람을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엄마 ♡ 사랑해요"

"자기야? 나 잡아봐라~~!"

조금은 유치하고 닭살이 돋아도 그렇다. 어리거나, 청춘이거나, 혹은 늙어 뼈마디 쑤신다거나 해도 그렇다.

순수함은 순수함을 알아본다. 순수하다는 건 조금은 유치하고, 때로는 낯뜨거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뻔뻔하고 느끼하고 치졸도 하다.

마냥 주어도 주고 싶은 그래서 외사랑 일방통행이어도 좋은 마음이 거기에 있다. 너 하나에 나 하나 하는 주판도, 계산기도 필요치 않은 서설. 말갛고 투명한 것들 바라보면 몸뚱이 제 먼저 알아 움쩍이는 마음. 쪼르르 달려가 중지 길게 뻗어 마음을 그렸다. 때 묻지 않은 마음 조각, 그렇게 깨끗한 어딘가에다 후드득후드득 봄비 내리듯 글씨를 쓰고, 까무룩 따스한 햇살 한 줌 흩뿌렸다.

"피어라, 피어라. 너 꽃으로 피어라!"

소망하는 말들 적어놓고서 조금은 유치하고 달달한 주문을 외웠다. 해맑은 아이거나, 피 끓는 청춘이거나, 묵직한 중저음의 노년이거나 굳이 편을 나누어 너는 이래서 이렇고 너는 저래서 저렇고 입방아 찧을 필요도 없다. 그저 예쁜 꽃 바라보다가 너는 정말 예쁘구나 하는 칭찬의 말 한마디 남기면 된다. 칭찬에 인색할 이유는 없다. 좋으면 좋다 얘기하고, 사랑하면 사랑한다 얘기하면 그만이다. 늙은 매화도 봄이면 붉고, 송이송이 피워내 꽃은 어찌나 향기로운지 나는 안다. 세월의 향기 보태어서 오히려 더욱

항기 짙다.

말이 아름다운 것은 거기에 마음이 담겨서다. 인색하지 않을 칭찬과 부드럽고 따뜻한 몸짓으로 너를 사랑 하마. 너도 가끔은 내게로 와 칭찬의 말을 남겨다오. 오늘보다 더 붉은 마음으로 내일 너에 꽃이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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