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하나 있지

가는 날까지 건강했으면 해

by 이봄


묻더라고

"술 한 잔 하고 갈래?"

그래서 내가 그랬어

"그냥 갈란다. 피곤하네"

있지. 내 소원은 하나야.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꼼지락거리다 가는 거.

다들 그럴 거야. 특별한 소원은 없어.

게다가 장수라던가 적어도 이만큼은 하는

오래오래 하는 따위도 기대하지 않아.

막상 때 되면 뭐라 떠들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래.

반주 한 잔으로 위로 삼고, 오늘을 징검다리

삼아 내일을 즐겁게 맞이하는 거.

마중이 행복하니 그거면 족한 거야.

보내야만 한다면 보내는 배웅도 그랬으면 해.

상큼한 허브차 가볍게 마시는 거.

입안에 상큼한 침이 고이듯

마음엔 로즈메리 한 송이 꽃으로 피면 좋겠지.

오래도록 좋은 녀석과 술잔 기울이고 싶어.

그래서 건강하고도 싶어.

그런 거야.

"술 한 잔 하고 갈래?"

말이 반가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술이라면 반색하고도 남을 나였지만

그게 다는 아냐. 건강하고 싶어. 좋은 날,

좋은 사람, 좋은 것들 모두 온전히 맞이하다 가야지.

좋아하는 술 담배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어서

오히려 건강을 챙기는 아이러니.

모순이겠다만 나는 그래.

그렇지만 혹여라도 오해는 마.

좌절이 부르는 체념 따위는 아니야.

그런 거 나름 몰아낸 지 오래야.

게다가 그런 거 있어.

말이 다 반갑지만은 않은 거.


종일 내리는 빗속을 나도 종일 돌아쳤지.

돌아와 앉은 평안의 복판에서 슬금슬금

딴생각이 고개를 들었을까?

단지, 빗소리 들으며 취했기 때문일 거야.

그렇지만 나라고 다 취하지는 않아.

오늘 피곤하네 하면서 버리고야 마는

술잔도 있다네.

취함은 오로지 내 선택인 거야.

술이란 놈은 때로 내 마음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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