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 내리시고
이틀을 오시더이다. 그만 오시라 말리지도 못하게 봄비 오시니 싱숭생숭 꽃잎만 지더이다. 나야 당신에게 벗겨지지 않는 콩깍지로 중무장한 지 오래니 꽃비가 내리든, 천둥이 요란을 떨든 별 상관이 없기도 하지만 어깨 넘어로 오시는 비는 어쩐지 마음쓰이게 마련인가 봐요.
당신은 묻곤 해요.
"뭐가 그렇게 좋아?"
아니면 또 그렇게 묻지요.
"얼마나 좋은데?"
그러면 난 우왕좌왕 대답을 찾으려 동동거리고야 말죠. 버선코 뒤집듯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기도 하고, 만질 수 없으니 한 아름 모아 선물할 수도 없잖아요. 얼마나 좋은지? 또 뭐가 그렇게 좋은지? 결국은 봉사 코끼리 더듬듯 난 이래서 좋고, 이만큼이나 좋아요 말만 많지요.
저울질 할 수 없는 거여서 없기도 해요. 실체가 없으니 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애닳아 빙긋 싱긋 웃는 녀석 있으니 없는 것도 아니지요. 마음이란 놈은 그런가 봐요.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당신이기도 해요. 꿈속 내내 냇물을 건너고 산을 기어올라 오작교 까마귀 등짝 벌겋게 벗겨지도록 당신을 보았는데 눈 뜨면 보고 싶어지는 거. 그러니 마음도 그렇고, 세상도 그렇고, 가득채워 당신과 마주하게 돼요.
온통입니다.불어가는 바람도 당신입니다. 피어난 꽃도 당신입니다. 오솔길 한적한 햇살도 당연 당신입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귀 닫고 눈 감았습니다. 볼 것 없고 들을 것 없더이다. 보고 듣지 않으니 온전한 당신을 봐요. 봐서 행복한 거. 마음이 하는 예쁜 짓. 오늘도 빙긋 싱긋 웃어요. 당신을 떠올려 웃게 되네요.
무無 이기도 하고 만滿 이기도 해요.
마음이란 놈은 그런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