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전설이 됐다지....

by 이봄

눈꽃처럼 꽃잎 나부끼던 날 오랜 벗 찾아와 잔뜩 취했다. 벚나무 흐드러진 꽃잎 이미 바람이 되던 날에 때때로 남은 꽃 달빛에 백옥으로 빛나고, 취기 오른 걸음마다 즈려밟고야 마는 봄날의 상흔, 달짝지근 향기로웠다 할까? 차마 떠나지 마시라! 그대 떠나면 나는 어찌 살까요? 매달리던 애절함이 차라리 고이고이 즈려밟으셔요'했을 터인데....

갈지자 휘청이는 걸음이 끝내 즈려 밟아 뭉게진 봄날의 낙화. 그렇다지만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라. 피었으니 지고, 매달렸으니 떨이질 밖에.

왔으니 가야하고, 피었으니 지듯 벚꽃의 화양연화 구름처럼 흘렀을 때, 복사꽃 붉게 붉게 피었다 했지. '눈 가리고 아옹'한다고 준공검사를 받으려 심은 복숭아나무 한 그루 빌딩의 자투리땅에서 곱게도 꽃을 피웠다. 자투리면 어때? 보란 듯 댓거리하듯 복숭아꽃 달큰하게 피어 바람결에 한 잎 두 잎 낙화로 분분하고, 수다로 행복한 사람들 커피 한 잔 마주하고 덩달아 발그레 홍조를 띄웠다 했다.

연분홍 저고리 살짝이 풀어헤치고서 '보시어요? 보시어요?' 유혹의 몸짓, 봄날의 꿈이었나? 너도 가고, 나도 가고.... 다시 돌아온 자리엔 텅빈 어둠 꼼꼼이 채우고서 주절주절 그리움을 뇌깔인다. 그런 거지 뭐. 새벽이 가까운 곳에 꼬르르 꼬르르 주린 배가 아우성이다. 뭐라도 먹어야지. 냉장고를 뒤져 밥을 꺼내고 김치 한 조각에 오징어젓 하나 상에 올렸다. 밭일로 지친 더벅머리 숫총각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보자기 곱게 씌워진 밥상 하나, 툇마루에서 반겼다던 우렁각시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웅웅웅 전자렌지가 돌고 얼었던 밥은 따끈하게 데워져 허기진 배를 달랬다. 늙고 늙어 파파할머니 됐을 우렁각시여! 이제 좀 편히 쉬시라! 그가 채워놓은 것들 전자렌지 힘을 빌 터이니.


반주 한 잔에 다시금 취기 오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도화 뜬 맑은 물에 봄바람 불어가니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

인간 세상이 아니로구나 떠들고야 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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