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여서 좋은 것, 짧아도 좋은 것
34년 된 친구가 있고
선선한 바람이 있던 날
반딧불이 깜빡이며 어둠을 날고
파라솔 좁은 테이블에 차려진 술상은
넉넉하고도 좋았다
쓴 소주에 돼지고기
잘 익은 김치와 파절이 마늘 두어 쪽
불어지지 않을 만큼의 그득함
자리에도 없는 놈 두엇 불러다가
넌 그러면 안 되지 임마...
육두문자 벌겋게 날아오르기도 하고
넌 이래서 마음에 든다 칭찬도 하고
귀가 건지러웠을 몇몇이야
미안도 하겠고
어쩌면 그렇지 뭐
젖비린 내 겨우 가신
까까머리들의 만남인데 그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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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얘기 끝에 바다나 볼까?
그럴까? 그래, 가자!
화천을 지나 진부령을 넘어 화진포며 고성이다
막바지 피서객에 막바지 더위
바글바글 시끌시끌은 좀 그렇고
한적하고 고즈넉한 북으로 가자
경포대며 낙산사야 수학여행에
딱이겠고 청춘들에 양보하고
서울에 '참이슬'과 '처음처럼'
화진포며 고성에 불러내어
참이 좋은 지
처음이 좋은 지
해송에 달 뜨거든
유유자적 수작질로 밤을 도와 달려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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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성성하여 반백이되었어도
잔은 비워지고 잔은 채워지고
없는 주모도 찾아가며 술병만 늘었는데
에혀, 친구야
같이 늙는 너와
짧아도 그만 길어도 그만
복더위 지랄맞게 기승을 떨던 그 날이
하냥 좋았구나 기억하겠지
인공폭포 바라보며
인공도 이쯤이면 명승지 될터여서
사진이라도 한 장 박자하던
그래서 남은 이 얼굴이
2016년 50의 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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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젊은 나
아마도 그러겠지
오래된 친구와 짧아도 좋은 며칠...
여름은 그렇게 가고
세월도 그렇게 간다
멈춤은 인생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