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런 거야. 땡땡이도 치고
아주 옛날
운동장 가득 장대비가 몰아치고
더는 엉덩이가 들썩여서 수업을 받을 수가 없었어.
비 오시고 피는 들끓는데
어찌 얌전히 책상에 턱을 괴고
수업을 듣겠어
내리는 비에 대한 일종의 모독인 거야
그래서 그랬지.
축구공 하나 챙겨서 운동장으로 가자!
청춘의 끓는 피는 이따금 억수장마에 뛰고, 차고...
비 오는 날 먼지가 나게 맞더라도
궁둥이에 누린내가 나더라도
미쳐서 좋은 그런 거
그래서 운동장을 점령해가는 장대비와 맞짱을 떴어
삼십 년도 훌쩍 넘는 그 날에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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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늘도 그래
가끔은 틀을 깨야 사는 거지
틀에 박힌 붕어빵도 아니고 쇼윈도에 갇힌 마네킹은 더더군다나 아닌 나인데
시계부랄 종일 뛰어봤자 거기서 거기야
그러고 싶지는 않아
비 오시면 수업을 작파해도 좋은 거고
때로는 인생도 땡땡이를 치는 거야
핀트를 맞춰야 다 좋으란 법도 없고
살짝 초점이 맞지 않으면 어때
삶의 많은 군더더기까지 또렷하고 선명해야 할
이유는 애시당초 없었다,고 여겨도 좋아
순대국 하나 시켜놓고
소주 일 병을 호출했어
날은 뜨겁고 에어컨 실외기는 씩씩푹푹
지랄을 떨며 돌면 어때
내 심장에다 알콜을 부어
그리곤 열심히 펌프질을 하는 거야
그러면 어느 순간에
액체는 기체로 변이하고 성냥 한 개비 그어 붙이면
타는 거야. 활활절절....
석유버너란 놈은 그렇게 불꽃을 뿜었어
녀석이나 나나
그렇게 타오르고 뜨거워지고
오늘
일을 작파하고 비 오시는 마중을 해
땡땡이를 치는 거야
뭐, 어때?
있잖아, 오늘이 행복한 이유는
눈 찡그리며 굳이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좋아서야
몸뚱이 늙으니 당연지사
노안입니다, 하더라고....
거추장스런 안경
잠시 벗어도 좋은 오늘
나는 땡땡이를 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