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주머니 속에 고래 한 마리 춤을 췄을 거야
"넌 참 대책이 없구나!"
충고의 말 한 마디로
따귀를 맞듯 혼미하고 흐리멍텅한 인생에
별이 번쩍이고 정신이 번쩍 들지도 몰라
어영부영 그냥저냥 살아가는 날들을 깨워
뭔가를 계획하고 조그만 언덕에도 나무를 심어
기대고 쉴 품 넓은 그늘을 만들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럼 좋겠어
불어가는 바람에도 귀기울여
긍정의 에너지와 희망의 속삭임을 들을 수만 있다면 더한 축복이 어디 있을까 싶어
충고의 말은 그런 거야
그 진정성에 힘입어 소망함을 품을 수 있으면
최고의 선물로 남겠는데
혹여라도 말이지
뙤약볕에 시들한 배추에 주는 한낮의 물은
"차라리 죽어라!"하는 독이 될 수도 있어
의도하지 않은 그렇지만 치명적인 독
한 끼의 절박함 앞에
낚시바늘의 구조따위는 좀 그럴 수도 있어
'미늘'이 '비늘'인지 '마늘'인지 눈에나 들어올까?
.
.
.
.
.
.
"와, 정말 뜨거워서 죽겠다!"
뭐 듣기 좋은 소리도 삼세 번이라는데
듣기에도 거북살스런 말을 아침부터
중얼거리는 요즘인데
"36. 7도"란다
천호대로 언저리를 어슬렁거렸던
나의 체온은 '36. 5도'
사람의 체온을 뛰어넘는 무더위 앞에서
널부러진 사람들이 그늘에서 그늘로 널뛰기하며
길을 걸어. 머리에 굴뚝이라도 하나씩
매달고서 씩씩푹푹 열기를 뿜으며 걸었지
입에는 기차화통을 물고서
어디 걸리기만 해봐라!
오물우물 욕을 씹어가면서 그늘에서 그늘로 뜀을
뛰었어. 배 부른 캥거루가 되기도 했고
수증기 희뿌옇게 폭폭이는 증기기관차쯤의
탈바가지를 뒤집어 썼는지도 모르겠어
울그락불그락 씩씩거리는 염천의 불구덩이에서
뜨거워서 오히려 반갑다 얼싸안는 너를 보았어
한낮의 폭염에 널부러진 이파리 위에
뿌리는 물이 아니었어
시원하게 몰아치는 요란한 소나기
달궈진 도심을 순간 식히기에 충분한 빗줄기
담배 한 개비 피워 물고서
헛기침 토하는 듯 싱겁게 주고 받는 말이 좋았고
막걸리에 소주, 순대술국 한 그릇
양파와 마늘 몇 조각, 부추의 향긋함은 덤이어서
더 좋은...
주머니 속 담배갑에 고래 한마리 꼼지락꼼지락
파도를 가르며 물줄기라도 뿜어대는지
허벅지가 간질거렸어
"아, 간지러워 인마. 얌전히 좀 있지!"
아마도, 어쩌면
좁은 주머니 안에서 녀석은 춤을 추었을 거야
이심전심 전해지는 기운이 좋았겠지
나를 알아 주는 마음과 말
칭찬이라고 하는 말
대양에 너울거리는 기분 좋은 파도, 물보라
그럼, 파도를 타야지. 춤을 춰야지
춤이 끝나고 노래가 끝나고
다시금 또 마주하는 오늘이 딱히 달라지지는 않아
무슨 기도와 기적 따위의 혁명같은 미래는 없어
그래도 있잖아 널부러진 이파리에
정수리에 해가 머물고 그림자는 고작
발바닥 만큼의 크기로 헐떡일 때에는 물을 주지 마!
차라리 그 자리에 서서 한 시간쯤
짙은 그림자로 머무름이 나을지도 모르겠어
서울은 뜨거웠고
주머니 속의 고래가 춤을 추던 날
내 심장은 36. 7도 서울의 기온으로 뜨거웠었지
오늘도 널부러진 이파리로
뙤약볕을 맞이하고 있다만
내일이나 모레 아니면 글피쯤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릴지도 모르잖아
천둥번개 요란을 떨 때는
늘 느닷없을 그 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