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취해 여름을 배웅했다
2016년 8월 31일
종일 비가 내렸다. 은근한 몸짓으로
바쁠 것도 요란할 것도 없는 뭉근함으로
펄펄 끓던 대지를 식히고 겹겹이 쌓인 낙엽을
제쳐 마침내 마른 흙으로 스미었을 비가 내렸다.
후닥닥 몰아치는 성급함은 스미지 못해
황톳물로 몰려 간다.
흙을 할퀴고 나뭇잎을 흔들어 가지는 불어지고
이파리는 길게 찢기어 흉터로 남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 했다지만
성미 급한 일들은 언젠가, 어느 구석엔가 여물지
못한 미숙함을 남기게 마련이어서
권장하거나 환영받을 일 하나 없다.
자분자분 내려야 스미고 고인다.
천둥벌거숭이 요란을 떨어도 요란만 할 뿐
벌겋게 몰려가는 허투로 흐르는 물일 뿐이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성급해서 좋을 일은 없다.
다투지 않아 고요한 일들, 사람들,
그래서 만들어지는 관계와 인연.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다듬어지지 못한
나를 만나기도 한다.
조용조용 스미듯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가
에혀, 사람아 사람아!
탄식과 마주하자니 슬프기도 하고
덧없어 흐른 세월이 야속도 한데
어이하랴. 내 깜냥이 거기에 머물렀음을...
.
.
.
.
그 해 여름은 뜨거웠다.
오래도록 기억 될 폭염이 기승을 부린
여름이 물러나고 가을을 재촉하는 비
추책 없이 내리는 날에 일도 막바지를 향해 달린다.
선들선들 시원하게 바람이 불면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 저절로 씻기워지는 계절.
일 하기 더없이 좋은 가을이 찾아오는데
일은 갈무리 된다.
고단한 여름을 미친듯이 관통해서
마주하는 끝자락.
일이야 다 정해진 일정이 있고
시작을 했으니 끝도 있게 마련이라서
그러려니 한다만
그래도 삐죽 고개를 드는 생각 하나.
미련하고도 뜨겁게 여름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
숨을 쉰다는 것만으로도 땀은 쏟아지고
텐트에 갖혀 달궈진 공기는 찜통을 방불케 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익지 않고 버티었음에
스스로 엄지 손가락 곧추세워 칭찬했던 여름.
그 여름의 끝자락에 앉아 내리는 빗방울
하염없이 바라보며 술잔을 들었다.
한 잔은 가는 여름을 위해...
또 한 잔은 오는 가을을 위해...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고
취하여 외로운 나를 위해서 잔을 채워
단숨에 털어 넣었다. 술시는 까마득한 오전
찐만두 한그릇에 소주 두어 병
게눈 감추듯 비우고서
외척비척 여름을 배웅했다.
오시는 가을을 마중했다.
칼로 베듯 오늘까지는 여름, 내일부터는 가을.
나누고 자름에 억지스럽다 하여도
배웅하고 마중했으니 그만이다.
하여, 오늘은
2016년 9월 1일
가을이다.
막바지 하루
소나무 몇 그루 심어 일을 마무리 한다.
여름과 더불어
치열했던 한 달여의 나의 삽질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