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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苦杯를 들다

그럴 줄 알았다지만 그래도 써

by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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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리알이 된다는 건

역시나 친하고 싶지 않은 일이야.

기대감보다는 오히려

먼저 퇴로를 준비하는 우스운 싸움,

뒤춤에 백기 하나 숨기고서

번뜩이는 총검을 치켜든 꼴이라는 거.

그렇게 퇴로를 열어둔 싸움이었고

그래서 받아 든 고배라지만

찡그려지는 쓴 맛은 어쩔 수 없구나.

김칫국 한 사발 시원하게 준비하고

국수도 한 줌 쫄깃하게 삶아내어

고명이며 김치며 소반 가득 차렸거늘

차마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행여나 혹시나 하는 말들 제풀에 멱살 잡고

쫄깃한 심장으로 반나절.

손에 든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지.

에혀 디혀 제기랄 것

김칫국 한 사발 소리도 시원하게

벌컥벌컥 나발이나 불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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