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울림

by 이봄


시끄럽게 웅웅 거렸을까?

눈치도 없이 배회하였을까?

천 년을 살아남은 말들이 맥없이 흩어졌다.

어쩌면 벽을 긁는 쇳소리에 지나지 않았을

것들에 의미를 달았는지도 모른다.

전장을 떠난 비둘기는 길을 잃었을까?

다리에 매달린 서신은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해 바람에 나부꼈다.

모였다 흩어진 구름이었다.

빗방울 하나 뿌리지 못한 구름이었고

피다 만 꽃이었다.

그저 흩어졌고 쉽사리 잊힐 꽃잎이었다.

그러려니 했다.

까무룩 졸던 순간에 그보다 더 짧은

엉킨 기억이 말들을 집어삼키는 꿈이었다.

어버버 꼬여버린 말들이 몸을 조여 오면

몇 번의 악몽을 꾸려는지도 모른다.

악몽 끝에 죽는다는 말 듣지 못했으니

휴~~ 한숨처럼 밤을 부르고

오들오들 떨어도 나쁘지 않다.

그보다 울림도 없는 말들이 끝끝내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무서웠다.

"계란이 왔어요, 계란이~~!"

골목의 계란장수 단잠을 깨워도

너는 좋겠다 부러워했다.

우르르 아낙들이 떼거지로 몰려들고

말하는 입에 듣는 귀로

천 리 길 따르라니 울리고도 남을

그래서 손에 손에는 계란이 한 판.

아서라, 마라!

웅웅웅~~~

애꿎은 문풍지만 물어뜯던 말들을

더는 허공 중에 흩뿌리지 마라!

야단도 맞아야지.


그래, 그래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배苦杯를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