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한 논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는 구석에 둠벙 하나가 있었다. 부들이며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키작은 버드나무 하나가 제법 그럴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끔 둠벙의 가장자리에 둘러앉아 새참을 먹기도 했고, 그늘에 기대어 담배 한 모금을 즐기기도 했다. 작은 둠벙에 지나지 않았지만 들일에 지친 사람들에겐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었다.
더위가 본색을 드러내고 모기가 극성을 떨던 날 둠벙 근처에 사는 더벅머리 총각은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모로 누웠다가 바로 누웠다가 애꿎은 베개만 끌어안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밤이 깊도록 잠은 안 오고 눈은 말똥말똥 없던 총기를 부르고 있는데 개구리들이 울었다. 늘상 있는 일이라서 처음엔 그저 개구리가 우는구나 했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차에 개구리들은 또 어찌나 유난을 떠는지 모를 일이었다. 참다 못한 사내가 방문을 열어젖히며 악다구니를 퍼부어댔다.
"저, 저 써글 놈의 개구리 새끼덜 조용히 못혀! 당장 잡아다가 쪼사버리기 전에 아가리 닥치그래이...."
사내가 분을 삭히지 못하고 황소콧바람으로 씩씩거렸다. 사내는 사실 오랜만에 들어온 맞선으로 낮에 읍내에 다녀왔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도 자르고 덥수룩하던 수염도 깔끔하게 면도를 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허여멀건 남자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참말 요상하다니께. 아따 이만허면 봐줄만 헌디 다덜 내만 보면 맘에 드네 마네 지랄이여 지랄이...."
말꼬리를 흐리던 사내가 없던 자신감을 뽐내며 당당하게 다방에 들어섰지만 결국 시간여도 채우지 못하고 풀죽은 얼굴로 다방문을 열고 나왔다. 물론 다방을 먼저 나선 이는 시간이 없다며 쌀쌀맞게 자리를 털고 일어선 순이였다.
뽀가각뽀가각 뿌가각뿌가각 개구리가 울었다. 둠벙이 떠나가라 장단을 맞추며 울던 개구리들이 순간 울음을 멈춘 건 순전히 사내의 악다구니 때문이었다.
"저놈의 둠벙을 메꿔버리든지 해야지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구먼. 써글 놈의 개구리 새끼덜까정 지랄이여, 지랄이"
"너 방금 저 소리 들었어? 우리한테 하는 소리였지? 그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했나봐"
개구리 한 마리가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러게, 저 썩을 놈이 여지껏 목이 터져라 자기를 응원했더니만 고맙단 말은 고사하고 욕지거리에다 둠벙까지 메꾼다고 염병을 떨고 있네"
듣고 있던 개구리가 말을 받았다.
사실 그랬다. 풀죽어 돌아오는 더벅머리 총각을 보면서 짠한 마음에 개구리들은 힘을 내라며 응원의 말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사내의 귀에는 그저 귀따가운 개구리 소리였을 뿐이었다.
"뽀가각뽀가각 뽀각 (총각 힘내랑께 총각 힘내부러~~!!!")
"뿌가각뿌가각 뿌각 (총각 멋지당께 총각 멋져부러~~!!!")
검은 머리 짐승은 악다구니를 퍼부어댔고 개구리들은 힘내라고, 멋지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름날의 짧은 밤이 써글 놈의 겨울밤처럼 징허게도 길고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