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랬으면

쉰다섯 래춘 씨_09

by 이봄


부추꽃 알싸하게 피던 날 벌 한 마리 날개를 접었다. 꽃은 별처럼 피었고 벌은 별이 되었다. 하얀 꽃잎 서리서리 연화대로 깔아 두고 합장하듯 바람이 불면 고운 꽃불 타닥이며 너는 하늘로 하늘하늘 오를 터였다. 연기는 희고 향기는 사방 십 리쯤 덮을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두고 나비와 더불어 꽃을 찾았으니 두엄 썩는 냄새라고 범접할까.


꽃 피는 계절에 태어나 꽃으로만 살았구나.

해걸음 사납던 날에 꽃잎 몇 개 겹쳐 덮고 달빛에도 뒤척였다 하더니만 끝끝내 꽃잎에 , 누웠으니 서러움이 있다 할까 미련이 남았다 할까. 간밤에는 꽃잎마다 이슬도 맺혔더니 별 되고 꽃이 돼라 축원의 말이었다. 찰랑찰랑 별이 뜨고 만장으로 바람 불면 저 먼 하늘가에 고운 별이 되려무나. 나지막이 속삭이듯 빌어주마.

"얘야? 불 들어간다. 불 들어가!"

웽가당댕가당 요란 떨며 장맛비가 내리더니

쏴아 몰려가는 자동차만 시끄럽고 반가운 소식이야 올 곳도 없것마는 까치란 녀석 까악 까악 주책맞게 우는구나. 아서라, 마라.

백 날을 너 운다 한들 떠난 임이 돌아볼까?

박 씨 하나 입에 물고 제비라도 날아들까?

하릴없는 개구리들 방죽에서 시끄럽듯 두고두고 까치란 놈 명성에나 금이 가지. 진작부터 버선이야 멀찍이도 팽개쳤다 전해주게.


머리 고기를 눌러두랴, 육개장을 끓여놓랴.

멀리서 오는 걸음 속이라도 달래야지. 혹여라도 紙筆墨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만 하고 연적이며 벼루까지 넉넉히 준비 하마. 뒤뜰에 靑竹이야 마음껏 베어다가 높다랗게 장대 삼고 이웃한 마을에선 바람 몇 줌 빌려라도 쓰자꾸나.

너울너울 나비 떼어지어 날듯 알록달록 만장들이 형형색색 나부끼면 가는 길 멀다 해도 사뿐사뿐 가고 말고. 輓章 하나쯤은 이렇게 적어주소 부탁의 말 남기나니

"주절주절 말 많더니만 가는 길도 시끌벅적 시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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