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놓인 화분에다 나무젓가락으로 지지대를 삼고는 밖으로 휜 녀석들을 곧추 세웠다. 생존본능은 빛을 좇아 줄기를 휘고야 만다. 한 뼘쯤 되는 겨울 햇살은 그래서 절박한 거였고, 처절한 투쟁일 수밖에 없다.
일부러 담장을 높다랗게 쌓고 대문을 걸어 잠근 세상이 아니었으므로 가끔은 궁금함에 창가를 서성이고는 했다. 부쩍 추워진 바람이 거리에 사람을 몰아내기 전에는 그나마 하나 둘 사람 구경이 재밌기도 했었는데 그마저도 귀해지고 말았다. 종일토록 한 줌의 햇살만 허락되듯 애써 내다본 거리도 마찬가지다.
귀 없는 것들에 입만 아플 수다로 시간을 죽이는 나도 허리가 휘고, 팔다리가 굽었다. 긴 그림자로 달아나는 겨울 햇살에 목이 마르듯 새벽을 깨우던 어치들의 수다가 그립다. 그 많던 어치는 다 어디로 갔을까? 텃새가 강남으로 갔을 리도 없는데 녀석들은 감쪽같이 종적을 감췄다. 어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역시나 하는 허탈함을 부르던 까치도 마을을 떠나고 없다.
시계 추처럼 종점에서 종점을 오가는 버스가 정적을 가르며 달려갈 뿐 거리는 깊은 침묵에 빠졌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날 한 시에 사람들이 사라지고, 어치며 까치가 먼 곳으로 떠났다. 한 철을 살다 생을 마감하는 풀벌레야 바람으로 떠돈다지만, 날마다 수다로 시끄럽던 녀석들은 어디로 갔을까? 수시로 구박의 말을 뱉어내기도 했으니 절절한 이별은 욕심일 테지만, 그렇더라도 갑작스러운 증발은 야박하다 할까. 야박한 계절이 흉측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