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인공의 못 작은 공간에
찢기고 뚫어진 꽃잎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지.
계절은 어김 없이 가을의 복판을
향해 가뜩이나 잰걸음 재촉을 하고
환하게 쏟아지던 햇살 잠시의 뜬구름에
얼굴을 가리는 시간,
하늘거리는 꽃대에 무등을 탄
너도 이리저리 나붓꼈다.
바람도 불고 때로는 비도 내렸다.
꽃이라는 얼굴과 이름을 얻기에는
애초에 요행이나 거저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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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이렇게 너의 이름을 적어놓고서
정말 너의 이름이 '수련'이 맞기는 한 것인지
주저하고 말았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너의 이름을 모른다.
모른다고 해서 너의 아름다움이
변질 될 일 없으니 다행이기도 하고
그를 핑계삼아 지금도 수련이라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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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썩 좋거나
그렇게 부르셔요, 얘기하기가
내키는 일은 아니겠지만
지나던 걸음 멈추고서 너를 바라본다는
것만으로 이해를 구하는 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칼춤을 추고, 새벽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에
대가리와 몸뚱이 멀찍이 떨어져
기약도 없는 연모를 품기도 해서
이별은 늘 정오의 그림자처럼
정수리를 타고 오르는
꽃일지도 모르지 않나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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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지나치다 문득
시선이 머물고 걸음이 멈추는 곳에 너 있다 함은
수련이어도 그렇고 아니어도 그렇다.
잠시의 위안, 짧지만 행복한 찰나
그로해서 떠받드는 너의 일생.
찢어져도 변함 없는 너의 이름은 '꽃'이다.
늙어가는 세월에 기대어
주름은 그 깊이를 더하고, 언제 다 갈려는고?
꾸중을 듣던 사레 긴 밭을 이루려는 데,
백로白露가 지났는가?
백발은 또 언제 찾아들어 백로며 해오라기
둥지틀고 잔칫날 되었는지.
객지에 홀로 앉아
흔들려 오히려 어여쁜 너 바라보다가
싱숭생숭 가을이 제대로 피었구나.
청춘의 빛 오래 전에 달아났음에도
여전히 나는 나로 건재하고
또 여전히 나의 이름은
나를 증명하는지 궁금하다.
문득, 수련睡蓮 을 보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