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버튼 다시금... Off!

충전과 방전 On과 Off 그것은 일상

by 이봄

단 며칠을 위해 배터리를 충전했다.

충전을 끝내고서 오랜동안 꺼져 있던

시스템의 전원도 On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열린 내 공간에

그리운 것들 하나 둘

뜀박질로 뛰어들고 날개짓으로 날아들었다.

나의 모든 감각은 오직

그것들에만 초점을 맞추고서

움직임 하나 하나

쏟아내는 말 하나 하나에 귀 기울이고

시선을 가두어 충실했다.

며칠이란 애매한 시간

한정된 시간의 끝이 없어서일까?

기약된 끝의 경계를 마주함 보다도 오히려

정해져 있지 않은 막연한 끝자락은

더 아쉽고 허무했다.

열리었던 자리였으니 가둘 수도 없는 자리,

하나 둘 다시 뛰고 날아서

언제가 되려는가 기약도 없이, 하늘 맑은

저곳으로 모두 떠났다.

.

.

.

.

오시는 길 향기롭기를 빌며

길가 낮은 수풀더미 밀어내고 꽃을 심었듯

가시는 길 화사하기를 또한 빌었다.

나풀거리는 꽃잎 하나마다

그립다, 아쉽다 꽃말을 매달아

손짓으로 떠나 보내는 마음.

보내는 그래서 남는 자만의 허전함을

뭐라 얘기해야 하는가?

반복되는 이별의 연습 끝에서도 결국

무너지는 마음, 전과 후,

무덤덤 감정의 수면 차고 냉하게 붙잡아

살얼음 어는 무심함, 전의 계획은 늘 그랬다.

고장난 냉장고처럼 얼었던 아니, 얼려서

준비한 이별의 마음 유지하지 못하고서

뚝뚝뚝 살얼음 녹아 눈물로 흐르고

묶였던 수면 거칠게 파문으로 어지럽다.

너희 떠날 때 태풍이 불고 파도가 쳤다.

갯바위 때리는 미친 파도

마침내 하얗게 멍으로 남는 날

스위치를 꺼야했다.

Off.

.

.

.

.

닫아야 할 시간이 왔음을 안다.

열어 두고서 견디기엔

365일 그 숱한 날은 버겁기만 하다.

닫아야만 하고 꺼야할 시간이다.

며칠을 위한 충전은 방전을 앞에 두었다.

까맣게 채웠던 배터리가 깜빡이며 붉게 변했다.

아이가 운다.

"배고파, 배고파!"

그래, 알았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서

너의 배고픔을 채워 주마.

그리고는 사방팔방으로 뻗친 안테나를

접어야 겠다. 무한 데이타의 공유,

와이파이 파문도 하나 둘

지우는 것 또한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방전의 시간, Off를 위한 버튼

마지막으로 누르고서

벌겋고 뜨겁게 뛰던 심장도

이제는 미적지근 느릿하게 침잠해야 할 시간.

유난히 홀로 시끄러운 텔레비전이

허허롭다.

이별의 끝자락에 앉아

잡히지도 않는 낚싯대 드리우고서

술잔을 채운다.

짭쪼름 맺힌 그리움 온몸으로

핥아도 좋으니 안주는 되었다.

짜르르 식도를 할퀴어 좋은

쓴 소주가 좋구나.

"잘 가거라. 언제 또 볼까? 정말 또 언제나 볼까?"

On/Off

오늘은 잠시 닫으려 한다.

늘 깨어 있기에는 날들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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