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화삼색一花三色의 매력, 구절초

흰 나비 떼지어 가을을 날았다

by 이봄

자주색으로 태어나

분홍의 화려함으로 청춘을 살다가

지고지순 순백의 순수로 여물어

생을 맺는 꽃, 구절초.

가을을 대표하는 가을꽃 하면

으레 우리는 서넛의 꽃을 떠올려 가을을 기억한다.

바다를 건너와 길가에 하늘하늘

우주의 몸짓으로 나부끼는

코스모스와

노란 나비 떼지어 군무로 황홀한

노란 감국(들국화)의 그읔한 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서리가 내리는 새벽

꽃봉우리 가득 찬서리 뒤집어쓰고서

올망졸망 또랑또랑하게 피는

소국과 조우하게도 돼.

그 단단하고 대견한 녀석들 중 유독

마음을 훔치는 꽃, 구절초.

구절초는 산이나 들

어디에서나 쉽게 만나는 꽃이기도 하지만

기억속의 구절초는 늘

무덤가에서 유독 하얗게 한들거리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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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었구나 싶어.

바다를 건너온 산쵸의 친구 코스모스를

제외하면 가을을 대표하는 꽃들은

모두 국화과의 꽃이다.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외로움과 쓸쓸함을

온 몸으로 이야기 하는 것만도 같고,

꽃잎의 수수함을 닮은 은은한 향도

또한 그렇고.

분칠하지 않은 순수, 단아함은

푸른 하늘과도 자연스레 어우러지기도 하고

선비의 고고함을 닮아 사군자를 꿰찬

당당함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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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어 구절초가 자태를 뽐내는데,

구절초는 꽃봉우리를 열어

첫 꽃잎을 열었을 때는 자주색으로 피었다가

꽃가루받이를 해야 하는 청춘의 시간이되면

벌을 유혹하기위해 분홍색으로

단장을 하고서 사랑을 기다려.

마치 부끄러워 낯을 붉히는 새악시처럼

발그레 달뜬 얼굴로 벌 나비를 유혹하다가

마침내 꽃가루받이를 완성하면

이내 낯빛을 하얗게 바꾸는 거야.

유혹의 몸짓을 다 걷어내고서 이러는 거지

"저는 결혼한 몸이예요."

"제게 유혹의 눈길을 주지 마세요. 일편단심, 임 향한 제 마음은 변함이 없거든요!"

단장했던 분칠을 다 지우고서

다소곳이 돌아앉은 꽃.

그래서 그런지 꽃말이 '순수' 혹은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더라고.

오늘도 아비의 무덤가에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를 가슴에 담았어.

그윽하게 살다가 향기 은은하게 졌으면 하는

마음은 덤으로 챙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