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놀이

by 이봄


뜬금없이 왜 맥놀이란 낱말이 생각났는지는 알 수가 없다. 파동을 갖는 물질은 모두 맥놀이를 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높아졌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끊어질 듯하다 다시 이어지는 소리가 맥놀이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신비의 종소리로 유명한 에밀레종이 맥놀이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한다. 커다란 동종을 만드는 동양 삼국 중에서도 우리의 동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의 소리가 어찌나 신비로웠으면 아이를 공양으로 받치고서야 완성됐다 했을까. 에밀레종이라 부르는 이유도 '에밀레라' 운다고 해서 그렇다. 죽은 아이의 원망이 '에미 탓이야!' 하는 종소리로 운다고 했다.

맥놀이의 맥脈은 피를 붙잡았다 순간 놓아 온몸으로 흩뿌리는 심장의 박동을 맥이라고도 하고, 심장에서 시작된 하나의 혈관이 갈래갈래 나뉘는 모습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끊기지 않는 파동이 모였다 흩어지는 게 맥이고 그 반복되는 과정이 놀이다.

세상 모든 것에는 고유한 파동이 있고 오르내리는 놀이가 있다. 산맥도 그렇고 강줄기도 마찬가지다. 밤하늘의 달은 일 년 열두 번의 맥놀이를 한다. 차오르고 이지러지기를 열두 번 되풀이한다. 정점에 오른 파동을 그 모습 그대로 끝까유지할 수는 없다. 모였다 흩어져야 멈추지 않는 이음이 있다.

마음도 그렇다. 잔뜩 달아오른 사랑으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말로야 내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장담을 한다지만 사실 첫 키스의 설렘을, 그때의 터질듯한 심장박동을 어떻게 유지를 할까. 단 며칠을 그렇게 버틴다고 하면 아마 심장이 더는 이기지 못해 죽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변했다고 쥐 잡듯 몰아붙이지도 마라. 사랑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믿어도 좋다. 다만, 오래 이어지는 맥놀이처럼 모였다가 흩어지는 고저장단이 있을 뿐이다. 한 매듭을 짓고 다음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자유로운 건 없다. 억지로 과정을 없앤다면 그만큼의 부작용이 뒤따를 건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일 년 열두 달을 구분 지어 헤아리는 것도 그런 이유일 터다.

징검다리 같은 거다. 건너다가 흐르는 물에 손이라도 한 번 씻는 쉬어감이다. 오월의 첫날이다. 변덕 심한 봄날을 건너며 휴 하고 숨 한 번 뱉어내는 지혜가 달을 구분 짓고 나누는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달에는 그래도 좋은 일이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하는 기대가 매듭을 묶는 이유겠다 싶다. 아, 이제야 왜 뜬금없이 맥놀이를 떠올렸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달을 구별하고 쉼을, 막연하지만 어쩌면 하는 기대감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하나씩 둘씩 낱말을 고르고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고서야 겨우 이유를 찾아내는 건 뭣 때문일까? 필경은 우둔한 탓도 한몫을 할 테고 나머지는 뭐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는 그 이유가 맞을 게다. 늙어 그렇다. 빠릿빠릿한 뭔가가 없다. 두리뭉실 경계는 불명확하고 눈은 침침하다. 머리는 게으름을 피우기 일쑤다. 아침에 생각한 것을 해 걸음이 다 되어서야 찾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맥놀이의 간격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행복한 오월 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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