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개구리가 울었다. 비도 오기 전부터 콕콕 쑤셔대는 무릎처럼 놈의 가슴을 콕콕 찔러대는 뭔가가 필경 있을 터였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밤톨만 한 몸뚱이에 어디서 그런 목청이 숨었었는지 혀를 내두를 판이다. 경적을 울리며 지나치는 자동차가 꼬리를 내렸다. 째진 눈을 흘기며 요란을 떨어대던 천둥번개도 슬그머니 뒷걸음을 쳤다. 밤새 몸을 꼬아대던 더벅머리 총각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욕을 퍼붓기 일쑤였다. 울고 울었다. 대대손손 비만 오면 울었다. 턱주가리 풍선처럼 부풀리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었다. 서러워 울었고 억울해서 울었다.
그날도 그렇게 울었다고 했다. 어미가 꼴깍 숨을 거두었을 때 홀로 남은 서러움에 울었고, 벌써부터 치미는 그리움에 울었다고 했다. 가뜩이나 튀어나온 눈이 퉁퉁 붓도록 울다가 어미의 마지막 당부가 안쓰러워 또 울었다. 풍수지리 따져가며 볕 잘 드는 양지녁에 묻어다오 얘기라도 했더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어미는 한사코 유년의 퐁당대던 물가에 묻어달라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수구초심, 뜻을 받들어 송알송알 추억이 서린 냇가에 장사를 치렀는데 비가 오더란다. 그것도 억수장마 장대비가 오더란다. 굳지도 않은 흙무덤을 끌어안고 얼마를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개굴개굴! 이 일을 어쩌누? 울 어미를 어쩌누? 개굴개굴...."
지축을 울리는 천둥소리에 모든 것이 덮일 줄 알았다. 철없는 하소연도, 말도 안 되는 투정도 장대비에 가려지고 천둥소리에 가려 독백으로 떠돌 거라 생각했다. 어미의 흙무덤을 끌어안고 개구리는 원 없이 울었고 발버둥 쳤다. 그게 문제였다. 낮 말을 듣는 새와 밤 말을 듣는 쥐는 생각보다 청력이 좋았다. 바람벽에 귀를 바짝 붙이고는 소곤대는 옆방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냇가의 울부짖음을 들었던 모양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더니 좁아터진 산골마을쯤이야 한 시각도 걸리지 않고 소문이 달음박질을 쳤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이 피었다. 시시덕거리는 얼굴이 담장을 넘었고 끌끌 혀 차는 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평소 장난이 심하고 말버릇이 고약했던 개구리는 덕지덕지 들러붙은 소문을 따라 괴물이 되고 있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불효자가 되었고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파락호로 다시 태어났다.
퉁퉁 부은 눈으로 마을어귀를 들어서고 있을 때 흉흉한 바람이 불었다. 낮은 돌담을 돌아 나올 때에는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이 어찌나 따갑던지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길을 막아서고는 '이런 못된 놈아!' 욕을 퍼붓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한 냉소가 온몸을 얼어붙게 했다. 하늘이 부끄러워 삿갓을 쓴다던 시인처럼 벙거지라도 하나 눌러써야만 문밖을 나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다가 하필이면 억수장마 요란한 날에 개굴개굴 목청을 높여 울었던가. 한스러웠다. 언 놈이 이런 몹쓸 소문을 옮겼는지 울화가 치밀었다. 빗소리를 믿고 천둥소리에 기대는 게 아니었다. 후회는 허허로왔을 뿐 아무런 힘도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천추에 남을 날에 천하에 몹쓸 놈 되었기로 그 가슴이 시퍼렇기만 할까 보냐. 어미 잃은 청개구리도 단장의 아픔에 울었을 뿐이다. 콩알만 한 가슴에도 숨은 丹心이 있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청개구리가 운다. 개굴개굴 비 오는 날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