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담쟁이넝쿨
by
이봄
May 12. 2023
꽃이 진 빈 마당을 서성이는데
울컥 서운한 마음이 치밀더군요.
늦은 가을이었으니까 꽃이 진다고
타박하는 게 오히려 우스운 날인데도
못내 서운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꽃송이 위에 잠자리 앉아 졸고 있었습니다.
백일홍 붉은 꽃잎을 독차지한 고놈이
어찌나 밉던지 손으로 툭툭 깨웠습니다.
커다란 겹눈 어리둥절 굴리더군요.
저리로 가라니까!
야단을 쳐 내쫓고서야 겨우겨우
미운 마음 거두었습니다.
그대 보듯 어루만지던 백일홍입니다.
꽃이 진 빈 마당을 서성이는데
와락 그대 보고 싶어 울먹였습니다.
더는 어루만질 꽃송이도 없다는데야
그리움 하나 황닥불로 지필 밖에요.
새벽이면 서리 허옇게 내리고
찬바람은 숭숭 옷깃을 파고드는데
담장을 기어오르던 담쟁이넝쿨
붉디붉은 꽃으로 피었더군요.
찰랑찰랑 소리도 곱게 흔들렸습니다.
꽃 진 자리에 내려앉은 별무리였습니다.
잠들지 못한 새벽 하나씩 둘씩
매달아 놓은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당을 쓸고 가는 바람에
밤별들이 찰랑거립니다.
두 눈에 고인 그리움도 그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동동 떠다니는 말들이 자꾸만
물었습니다.
keyword
백일홍
담쟁이
캘리그라피
1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팔로워
291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글쟁이의 봄
다시 5월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