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 하더라고

사심없는 인생었다고도 하고...

by 이봄

어렸을 때,

아침마다 우렁차고도 활기찬

노래가 쩌렁쩌렁 아침을 깨웠어.

마을 길도 넓히고....

어쩌고 하면서 아주 난리를 쳤지.

코흘리개부터 늙다리 아저씨까지

졸린 눈을 부벼가며 새벽 단잠을 떨치고서

마을길을 쓸고, 우거진 잡풀을 베어내고,

때로는 농수로니, 하수로니

삽질로 뻐근한 아침을 맞아야 했지.


물론,

좋은 게 좋다고 깨끗한 마을이라는데

나쁠 거는 없었어.

노력봉사, 재능봉사... 뭐, 이런 말로 보다

아름답고 고귀하게 포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전면에 나선 이유가 전부일 때

가능한 미화일지도 모르겠어.

지저분한 마을길을 쓸고, 위생적이지 못한

하수로를 정비한다는 데에

누가 토를 달고 어깃장을 놓겠어.

다 국민을 위한 애틋함의 발로라는데...


그래서 어느 날엔가

초가지붕은 사라지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단장한 집들이 우후죽순 솟아나고,

변변한 울타리도 없이, 너니 나니 가릴 것도

없이 오가던 마을엔 시멘트블럭 담장이

거만하고도 오만하게 들어찼어.

더는 이웃사촌의 무경계 세상이 사라졌다

말해도 과한 건 아니었을 거야.

근데, 중요한 건 지붕을 고치고,

담장을 쌓고 하는 일들이 거져 주어진

로또가 아니었다는데 문제가 생기는 거야.

.

.

.

.

장기저리로 대출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빌린 돈은 고스라니 빚으로 남는 거야.

그렇잖아. 무상지원이 애초에 아니라면

십 년 후에 갚던, 이십 년 후에 갚던

빚의 총체는 늘 같은 거야.

오히려 고리대금업자의 손아귀에 얽히고 마는

악의 순환고리에 빠지고 말았다 해야 할 거야.

잘은 모르겠어. 알 나이도 아니었고.

그렇지만 내 기억으론

그 환경개선, 소위 얘기하는

새마을 운동에 농민들의 삶에 족쇄가 채워지기 시작했다고 들었어.

그런 거야. 가난하고 어려워도, 그래서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씌워도

거기에는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는데, 보기에 흉하고, 건강에도 그렇고 사설을 곁들이며 지붕을

고치라고 하는 거야.

환경개선에 들어가는 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치, 무상으로 제공되는 은혜인냥

게거품도 뽀글뽀글 뱉어주시며 현혹을 했어.

아니, 현혹에 이은 협박도 인근슬쩍 덧붙이면서...

해서, 지붕을 고치고, 담장을 쌓았던 때부터

농협이다 어디다 빚을 지기 시작도 했어.

숨을 쉬면 이자는 불고

그럼 또 빚을 내고...

카드깡의 시초가 환경개선 새마을운동이

아닐까 얘기해도 무방할 거야.


삼천 리 방방곡곡 하나도 빠짐 없이

슬레이트가 들어차고, 시멘트 옹벽이 이웃을

가를 때 등 따시고, 배 부른 놈이 없었다 하면,

그래서 도시든, 시골이든

한강엔 맑은 물이 흐르고, 거리엔 웃음꽃이 흐르는

'대한민국'이었다 하면 모를까...

애비가 그랬어. 예전에.

농민들의 고혈을 쥐어짜고,

젊은이의 목숨을 비틀어서 이루었지.

한강의 기적이니, 가장 한국적인 민주화니

미친개 지랄발광하듯 자화자찬 거품을 물었어.


그러더니 그 딸년이

오늘 아침부터 술을 불러.

역사는 돌고 돈다 하더니만

그 윤회의 시간이, 그 간극이 너무도 짧아서

화들짝 놀라고야 말았지.

아, 아무런 사욕 없이 달려온 평생이라고

말하는 그 주둥이를 보다가

나는 기함을 했어.


인두껍을 쓰고도 저럴 수 있구나!

꽃보다 아름다울 수도,

짐승보다 더러울 수도 있는 게 결국은

사람이구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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