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뜻도 없다 하겠지
떠난 사람의 마음에 나는 없다.
돌이켜 생각하라 말을 잇는다 해도
커켜이 쌓인 추억은 다만
거추장스런 오물의 두터움 아니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해묵은 냄새.
그렇게 각인된 기억이 내겐 추억
떠난 이에겐 악몽.
사람이 없으니 사람의 뜻도 없음이다.
울며불며 애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없는데 기억해 달라, 그의 뜻을 알아 달라
얘기하면 뭣 하랴.
떠나는 사람의 치맛자락이나 바짓가랑이를
붙잡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그렇다.
마음의 찌꺼기라도 알량하게 남았다 하면
모를까 씻어내고 지워낸 태초의 그에게
이렇다 저렇다 구구절절 이야기 함은
찌질함의 끝판으로 치닫는 치졸이다.
없다 얘기하는 허공에다가
애걸복걸 구차함을 더하지 말자.
걷던 길은 그냥 걷는 게 맞겠고,
그 끝에 뭐가 있을까?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주판알 튕기면 그 길의 끝이 달라질까.
걷던 길은 그냥 가는 거고
떠난 여인은 잊는 게 보약일 터이기도 하고
제기랄, 입에 푸른곰팡이나 누룩곰팡이
창궐하거들랑
이렇게 뜻도, 말도 부질 없어도 주절이면 그만.
그렇지 않은가?
애시당초 뜻을 나누고 이야기 나눌 그 무엇이 아니거든 말을, 뜻을 섞지 않는 게
삶의 답일지도 모르겠다.
섞고 나누다가 괜슬히 나만 바보가 될 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