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없는 그믐밤에 애잔한 노래가 일렁였습니다. 무엇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에 홀로 떠밀리는 존재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포구는 고사하고 깜빡이는 등대의 불빛마저 찾을 수 없는 칠흑의 바다에서 동동 발버둥을 치는 내가 있었습니다. 외로움 탓이겠지요. 외로움을 곱절로 증폭시키는 나이란 놈도 옆에서 깝죽대고 말입니다.
멍하니 앉았다가 또각또각 글 몇 자 적어 올리고는 고놈의 구슬픈 노래도 엮어 매달았습니다. 까만 하늘에 달 대신으로 달처럼 걸었습니다. 끝도 없는 심연으로 자맥질을 하는데 나쁘지 않더군요. 쓸쓸했지만 그 고요와 허전함이 마음에 들러붙은 앙금을 씻어내는 것만 같아 좋았습니다. 실컷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마음이겠다 싶었습니다.
중얼중얼 비 맞은 무엇처럼 뱉지 못한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밤 쥐도, 낮 새도 없는 시간인데도 다문 입술로 웅얼웅얼 옹알이로 삼켜야만 하는 말이 있게 마련입니다. 굳이 입 밖으로 꺼냈을 때 상처가 되는 말이라던가, 스스로를 깎아먹는 말이라던가 하는 말들이 그렇습니다. 굳이 입 밖으로 꺼냈다가 낭패를 겪을 말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그대 마음으로 가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다 늙어 고백하는 사랑의 말도 그중 하나인지 모릅니다. 산전수전에다 공중전까지 겪었을 나이라고 해도 고백의 말은 언제나 부끄러워서 얼굴 화끈거리는 걸 숨길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물우물 삼키게 됩니다. 거기다 사랑이란 감정은 조금은 은밀하고, 때로는 말랑한 것들과 더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동네방네 떠드는 것보다는 소곤소곤 속삭이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열린 창으로 아까시꽃 들큼한 향기가 스며드는데 왈칵 그리움이 밀려들었습니다.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날아야만 할까요. 가파른 산도 몇 개쯤 넘어야만 한다고 해도 끝내 다다르고 싶은 그대의 마음입니다. 넘어지고 깨져 퍼렇게 멍울이 든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바다도, 하늘도, 초록이 짙은 산도 푸른 세상이더군요. 푸른 길 끝에 그대 있겠구나 하게 됩니다. 푸른 달빛 머무는 곳에 그대 계시어요. 밤을 도와 나 가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