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푸른 밤에

by 이봄


푸른 달아 다시없을 내 달아

뻗은 손끝에 닿아다오.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

지쳐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


달도 없는 그믐밤에 애잔한 노래가 일렁였습니다. 무엇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에 홀로 떠밀리는 존재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포구는 고사하고 깜빡이는 등대의 불빛마저 찾을 수 없는 칠흑의 바다에서 동동 발버둥을 치는 내가 있었습니다. 외로움 탓이겠지요. 외로움을 곱절로 증폭시키는 나이란 놈도 옆에서 깝죽대고 말입니다.

멍하니 앉았다가 또각또각 글 몇 자 적어 올리고는 고놈의 구슬픈 노래도 엮어 매달았습니다. 까만 하늘에 달 대신으로 달처럼 걸었습니다. 끝도 없는 심연으로 자맥질을 하는데 나쁘지 않더군요. 쓸쓸했지만 그 고요와 허전함이 마음에 들러붙은 앙금을 씻어내는 것만 같아 좋았습니다. 실컷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마음이겠다 싶었습니다.

중얼중얼 비 맞은 무엇처럼 뱉지 못한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밤 쥐도, 낮 새도 없는 시간인데도 다문 입술로 웅얼웅얼 옹알이로 삼켜야만 하는 말이 있게 마련입니다. 굳이 입 밖으로 꺼냈을 때 상처가 되는 말이라던가, 스스로를 깎아먹는 말이라던가 하는 말들이 그렇습니다. 굳이 입 밖으로 꺼냈다가 낭패를 겪을 말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그대 마음으로 가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다 늙어 고백하는 사랑의 말도 그중 하나인지 모릅니다. 산전수전에다 공중전까지 겪었을 나이라고 해도 고백의 말은 언제나 부끄러워서 얼굴 화끈거리는 걸 숨길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물우물 삼키게 됩니다. 거기다 사랑이란 감정은 조금은 은밀하고, 때로는 말랑한 것들과 더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동네방네 떠드는 것보다는 소곤소곤 속삭이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열린 창으로 아까시꽃 들큼한 향기가 스며드는데 왈칵 그리움이 밀려들었습니다.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날아야만 할까요. 가파른 산도 몇 개쯤 넘어야만 한다고 해도 끝내 다다르고 싶은 그대의 마음입니다. 넘어지고 깨져 퍼렇게 멍울이 든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바다도, 하늘도, 초록이 짙은 산도 푸른 세상이더군요. 푸른 길 끝에 그대 있겠구나 하게 됩니다. 푸른 달빛 머무는 곳에 그대 계시어요. 밤을 도와 나 가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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