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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고 쓰고 떫은 삼시 세끼
게걸음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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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May 17. 2023
살금살금 조용조용
너에게 다가가고 싶었는지 몰라.
불쑥 나타나 너 놀라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생각했거든.
있는 듯 없는 듯 최대한 살금살금....
두 손 얌전히 모으고 까치발로 걸음을 뗀다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이래?
비쩍 마른 그림자 하나
양손을
잔뜩 치켜들고는 어기적어기적
게걸음으로 걷고 있지 뭐야.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며
팔다리는
바짝 마른 북어처럼 뻣뻣한 게
어찌나 우스꽝스러웠나 몰라.
개펄을 뛰어가는 게 한 마리 보글보글
거품을 물고서 고백을 하고 있었어.
멍멍멍 달을 보고 짖어대는 멍멍이더라고.
흙마당이 반지르르 윤이 나도록 꼬리치고
아양을 떨고 있지 뭐야.
망신망신 그런 개망신이 없구나 했지.
어느 날엔가 천둥번개 요란을 떨듯이
쏴아 폭포수처럼 빛이 쏟아져 들어왔어.
눈이 부셔서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지.
놀란 토끼눈으로 멍하니 바라만 보았어.
그런 거 있잖아?
전기에 감전이 되면 온몸의 뼈가
엑스레이 사진처럼 하얗게 번쩍이는 거.
아마 내 모습이 그랬겠다 싶어.
그렇게 요란하게 스며든 빛은 요지부동
빠져나갈 생각이 없는 거 같아.
그날 이후로 늘 찌르르 전기가 흐르고
쭈볏쭈볏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거야.
그럴 때마다 심장은 어찌나 뛰는지 몰라.
콩닥콩닥 발그레 변덕 심한 봄날이야.
살금살금 까치발로 걸음을 뗀다고 했는데
여전히 보글보글 거품을 문 게 한 마리
옆으로, 옆으로 걷고 있어.
눈부신 햇살 너의 옆으로만 걷는 나야.
"여전히 난 어여쁜 그대를 사랑해!"
짐짓, 진지하고 무겁게 고백을
한다마는
어째 귀에 들리는 소리는 멍멍멍.
아휴,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대가 좋아.
쏴아 내게 쏟아져 들어온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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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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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양념같은 이야기들 곁들이는 것. 삶은 그런 거야. 글 송송 캘리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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