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새우깡 하나에 자존심 다 버리고 날개를 파닥거려야 하겠냐고? 무슨 저잣거리에 똥개도 아니고 말이야"
잔뜩 부아가 치민 조나단이 갈매기를 모아놓고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적어도 날개를 퍼덕일 때는 거기에 걸맞은 뭔가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지만, 포구의 둑에 앉은 갈매기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선착장을 빠져나가는 여객선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네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가 뭔데? 비행을 포기하고 이렇게 둑에 앉아 깃털이나 고르자는 거야 뭐야?"
여기저기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웅성웅성 시끄러웠다. 아예 대놓고 어린놈이 건방지다느니,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라도 핀잔을 주기도 했다. 난감했다. 어떻게 설득을 해야 좋을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열정을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킬 재주가 없었다.
하나 둘 자리를 떴다. 몇몇은 선착장에 뒹구는 생선대가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연신 굽신거리며 몰려다녔고, 몇몇은 까마득히 멀어지는 여객선의 꽁무니를 좇아 헐레벌떡 날갯짓을 했다.
"네가 뭐라 하든 난 고래밥의 비릿함이 좋더라. 고소한 새우깡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녀석이 떠나며 남긴 말이었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뒤통수가 화끈거리고 얼굴이 얼얼했다.
"오늘은 반상회라도 하는 모양이지?"
근처를 지나던 아낙이 혀를 끌끌 차며 비아냥대듯 말을했다. 곱지 않은 눈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갈매기를 지켜보다가 끝내는 못 참겠다 싶었는지
"훠이~~! 저리로 안 가니? 더러워서 못살겠네. 못살겠어!"
주먹 쥔 손을 휘휘 휘저으며 달려들었다. 푸드덕 먼지를 일으키며 일제히 모였던 갈매기들이 날아올랐다. 포구마다 호시탐탐 생선을 노리는 도둑괭이와 도둑갈매기로 몸살을 앓았다. 눈 감은 코도 베어가는 세상을 진작에 뛰어넘어 벌겋게 눈을 뜨고 있어도 코를 베이는 포구였다. 거기다가 여기저기 어찌나 똥을 싸대는지 벽마다 허연 갈매기똥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었다.
천덕꾸러기로 변해가는 꼴이 조나단은 싫었다. 갈매기 중에서도 녀석은 괭이갈매기였다. 하늘을 호령하고 폭풍우를 겁내하지 않던 갈매기 중에 갈매기가 자신의 일족이라 자부하던 터였다. 다 지나간 명성이라 생각하니 서글펐다. 한낱 봄날의 허망한 꿈처럼 이름은 초라하게 어판장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엄마, 엄마? 새우는 어떻게 길쭉한 막대기 모양을 하고 바다에 살까요? 지느러미도 없고 발도 없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죠?"
유치원에서 돌아온 어린 갈매기가 어미를 붙들고는 새우의 신기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어린 갈매기들은 오징어가 동글동글 생겼다고 알고 있었고, 학꽁치는 뾰족한 주둥이도 없는데 왜 학이란 이름이 붙었냐고 묻고는 했다. 말세였다.
은빛 비늘 반짝이며 떼로 몰려가는 멸치 떼를 본 적도 없었다. 채반에 널브러져 건조되는 게 멸치구나 했다. 농심이며 해태제과의 새우가 조금 더 맛깔나다며 입씨름을 했다. 허리 굽은 새우며 학의 부리를 닮은 학꽁치는 동화책에서나 겨우 전설로 배웠을 뿐이다. 조나단의 날갯죽지에 힘이 빠졌다.
폭풍우를 거슬러 날아오르는 비행술이며 달도 없는 밤의 위험천만한 야간비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맞이하는 고공에서의 일출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다. 끝없는 자유와 가슴 터질 듯한 자부심이 뭔지 들려주고 싶었는데, 고놈의 고래밥 한 줌에 꿈은 무너졌다.
'엄마? 맥도널드 가자! 응? 응? 햄버거 사줘요? 햄버거...."
어미의 손을 잡아끌며 꼬맹이가 칭얼댔다. 어찌나 완강하고 집요했는지 아이의 떼를 이기지 못한 어미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생각에 잠겼던 조나단과 어미의 시선이 마주쳤다.
"말세야, 말세!
"말세구먼, 말세야!"
입맛이 썼다. 멀리 여객선의 꽁무니에선 새우깡에 정신이 팔린 무리가 곡예비행을 뽐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