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다는 것은

by 이봄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심지 하나를 얻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수양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팔랑귀 하나를 얻는 것에 오히려 가깝다. 어쭙잖은 말 하나 주워듣고서 온갖 것에 꿰맞추는 신통함을 보여준다.

이만하면 됐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그래서 얼토당토않는 개똥철학 하나쯤 만들어내는 건 일도 아니다. 우격다짐에다 회유쯤은 서슴 치도 않는다. 듣고 그럴싸한 얘기다 싶으면 어떤 식으로든 내 것을 만들어 경전을 삼는다. 듣도 보도 못한 철학의 난립이다.

마찬가지다. 적잖은 나이를 먹었고 똥고집 하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나름의 합리적 사고를 방패로 내세우고 뒤로는 화학첨가물로 범벅을 한 일품요리를 대대로 전승되어 온 가문의 비법인양 둔갑시킨다. 번들번들 입술에 침을 발랐으므로 그것도 됐다 한다. 여기 쫑긋, 저기 쫑긋 안테나처럼 세운 귀는 그래서 바쁘고 나름의 보배다.

성현께서 이르시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 하셨다. 허투루 생겨나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어떤 식으로든 그 쓰임이 있게 마련이고 설령, 쓰임이 없다 하더라도 쓰임 없는 그 자체만으로 존재의 이유인 것이다 하셨다. 지혜의 말은 참으로 어렵다. 쉽게 들어 어렵지 않게 말씀을 하셨다면 사바대중이 조금 더 진리에 가까워졌을 터인데, 말은 어렵고 말씀은 난해하다. 그러니 들어도 고개를 갸우뚱거려야만 한다. 알쏭달쏭 애매한 것이 꼭 쏭알쏭알 내리는 봄비를 닮았다. 어렵기로는 법원의 판결문 같기도 하다. 너희들은 몰라도 되는 그래서 우리만 알아야 하는 말을 법전에 담고서 휴일 회당을 찾아 경배를 한다.

아, 성현의 말씀에 따르자면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모였다 흩어지고, 만났다 헤어진다고 했다. 바람 한 줄기도 그렇고, 햇살 한 줌도 그렇게 정수리에 쏟아진 것이다. 인연이 있어 모인 것들이 나를 만들고 주변과 스치고 부대껴 하루라는 시간을 만들었다 흩어진다는 거다.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버섯도 결국은 인연인 거다. 하필 그 시간에 나는 담배 한 개비 피워 물고 제비꽃 무성하던 화단 앞을 서성였던 거다. 그렇게 만나려던 인연이 있었음이다. 무릎을 꿇어 반갑게 마중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사진에 곱게 담아 기억하려 했다. 훗날 기억이 희미해진 어떤 날에도 사진 한 장 펼쳐놓으면 묘한 버섯의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올 터다. 나로 인해 모인 기운이 흩어지기 전에 통한 시간이었다. 둥실 떠가는 구름의 인연이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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