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by 이봄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언제나 같은 소리 똑딱똑딱 부지런히 일해요"

잠도 없이 부지런한 시계라지만 가끔은 두 귀 쫑긋 세우고서 소리에 귀를 기울여만 해요. 얘가 배가 고픈지 아니면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관심을 쏟아야 밤낮없이 같은 소리를 똑딱똑딱 들려줄 거예요.

뭐든 마찬가지겠지요. 들여다보고 얘기도 들어줘야 잘 지내는지 알 수 있는 거예요. 막연히 잘 지내겠지 하는 마음이야 건성건성 불어 가는 바람에 지나지 않아요. 짬을 내고 일부러 걸음을 옮겨야 그게 마음이 담긴 거겠죠.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배가 고파 꼬르륵 아우성을 치는지? 아니면 아파서 아아아 신음을 토해내고 있는지? 배고픈 아이에게 약을 먹일 수는 없잖아요.

"밥 줄까? 아, 아니다. 약을 먹는 게 낫겠다" 잘 들어보면 알 수 있어요.

또르륵 또륵 테엽 감기는 소리가 좋아서 의자를 끌어다 놓고 겨우겨우 밥을 주던 때가 있었어요. 올망졸망 형제들 서로 눈치를 보며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리곤 했어요. 두 밤이 지났으니 오늘은 밥을 줘도 될까? 손꼽아 기다렸지요. 형들이 먼저 주면 어쩌지? 조바심에 애를 태우면서요. 그때는 애들이 다들 씩씩해서 그랬는지 약이라는 건 알지도 못했어요. 그저 의자 낑낑대며 끌어다 놓고 뜨끈한 밥 두어 숟가락 떠먹이면 그만이었어요. 그러면 언제나처럼 똑딱똑딱 잘도 갔지요.

요즘은 백세시대라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밥을 달라는 애들이 사라졌어요. 아아아.... 애들은 다 긴 신음을 토해내고 그러면 쪼르르 달려가 약봉지 하나를 툭 찢어 약을 먹어야만 해요.

"얘야? 간밤에 고뿔이라도 든 거니?"

측은한 눈망울로 바라보며 이마에 손도 얹어봐야만 해요. 뚝뚝 관절에서 불거지는 소리처럼 불규칙했던 소리가 다시 똑딱똑딱 경쾌하게 들리면 그제야 휴 안도를 하고는 하죠. 왜 다들 비실비실 약을 밥 먹듯 하는지 모르겠어요.

"얘들아? 소고기 뭇국에다 흰쌀밥 한 숟가락 먹어보면 어때? 그럼 기운이 펄펄 날 거야. 정말이야!"

아, 나는 배도 고프고 이마가 뜨겁기도 해요. 그러니까 밥도 먹어야 하고 약도 먹어야만 해요. 꼬르륵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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