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by 이봄


가을비 종일 내렸다.

어둑어둑 낮에 머문 한밤이 졸음을 부르고

비에 젖은 고양이 빗속에 운다.

애처로웠다.

앉은뱅이책상에 겨우겨우

아픈 발 욱여넣고서 붓을 든다.

하늘 가득 무채색 구름이 깔리고

불어 가는 바람은 아궁이를 뒹굴다 불었다.

글씨 하나 긋다 말고

욱신거리는 발 요리조리 옮기다가

아휴 머저리 같은 놈!

욕지거리 구절초 마디마디 피었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가을빛 곱다던데

어쩌자고 하늘은 잿빛만 가득한지.

휴지라도 돌돌 말아

귓구멍이라도 막아야 하나?

청승맞은 가을비에 마음만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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