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 지났다.
성미 급한 은행나무는 벌써 길가에
은행을 떨구고 있다.
지난여름은 모질었다.
서너 평 방에 갇혀 여름을 보냈다.
장맛비는 징그러웠고 매미는 야단스러웠다.
절해고도에 팽개쳐진 유배의 시간,
귀 닫고 눈 감았다.
이틀 사흘 가을비가 내리더니
성큼 새벽이 쌀쌀했다.
주섬주섬 이불을 끌어 덮는 가을이다.
지겹거나 따분하거나 이유를 묻지 않았다.
나 자는 동안에도 '벌써'를 끌어다
곁에 놓았다.
그래!
너는 때로 물이었고 때때로 바람이었다.
얌전하고 고요하다가도
우지끈 아름드리나무를 뽑아내고
허리를 부러뜨리고야 만다.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화들짝 멍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