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천둥이 울고 번개가 사나웠다. 종일 먹구름이 점령해 날은 어둑했다. 정오를 넘기고도 한참인데 게으른 나팔꽃이 활짝 웃고 있었다. 장맛비 같은 가을비가 나팔꽃 웃는 얼굴을 사정을 두지 않고 할퀴었다. 요란하고 변덕스러웠던 하루가 지나고 오늘이 되었을 때, 요놈의 변덕이 말갛게 갠 하늘과 그와 같은 바람을 몰고 왔다. 변하고 흘러 예쁜 시간이다.
흘러야만 하는 건 흐르는 게 좋다. 바람이 그렇고 물이 그렇다. 시간이란 것도 그렇고 악몽 같은 기억이라면 그것도 망각의 물결로 흘러야만 한다. 굳이 아니면 애써 가슴에 가둔다고 해도 악몽 말고는 받을 선물이 없다. 가위에 눌려 식은땀 한 바가지 흘리는 것 말고는 손에 쥘 것도 없다.
급류에 뜬 달은 흐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흘러 좋은 것이 있듯 흘러서는 안 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시류에 휩쓸리거나 좌절하지 않을 굳건한 나, 마음에 세운 기둥 하나 단단히 붙잡고 급류에 뜬 달처럼 머물러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水急不流月!"
마땅한 것으로 유유자적 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도 멋진 걸음이다. 때로 갈팡질팡 갈지자로 헤맨다고 해도 그렇다. 흐르거나 머물거나 마땅한 그 무엇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