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者

by 이봄


"얘기 들었는가?"

"뭔 얘기를 말하는 건데?"

남정네 서넛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이마를 맞댄 그들의 수군거림은 이랬다. 해안가에서 빤히 바라다보이는 조그만 돌섬에 언제부턴가 남자 하나가 살고 있다는 거였다. 섬은 오래전부터 버려진 무인도였다. 워낙 바위투성이 돌섬인지라 송곳 하나 제대로 꽂을 땅이 없었고, 무엇보다 병아리 오줌만큼 겨우 솟는 샘이 문제였다. 씻고 마실 물이 턱없이 부족한 돌섬이었다. 그런 섬에 남자가 들어와 살기 시작했으니 놀랄만한 뉴스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참새 떼가 포르르 방앗간에 날아들 듯 남정네들이 모여 수군댔다. 때마침 건너편 섬에서 밥 짓는 연기가 하늘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무인도였다. 나뭇잎 같은 허름한 배에 의지해 남자는 바다를 떠돌고 있었다. 풍어를 기원하며 항구를 벗어난 것도 아니었고 파랑새를 좇는 청춘의 그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항구를 빠져나온 것도 아닌지 모른다. 밀물이 들어차 넘실대다가 이내 때 되면 쏴아 빠져나가는 썰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든든하게 묶여있던 밧줄을 풀고 닻을 끌어올렸을 때가 하필 썰물이었다. 몇 날 며칠을 바다를 떠돌았는지 헤아릴 수 없을 때쯤 돌섬 하나를 만났고,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남자는 허연 얼굴을 하고는 섬을 기어올랐다. 부서지는 파도였고 필사적으로 매달린 한 마리 게였는지도 모른다. 갈라진 바위틈에 집게발을 깊숙이 찔러 넣고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게였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로 남자는 돌섬의 주민이 되었다. 섬에 발을 딛고 있었지만 남자는 여전히 너울에 멀미를 했고, 남자의 섬은 여전히 이름 없는 무인도 돌섬이었다. 남자는 바람처럼 떠도는 풍문에 지나지 않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開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