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일 모레

by 이봄


부지런을 떨어 빨래를 돌리고 탈탈 소리도 시원하게 털어 빨래를 널었다. 이것도 오랜만이다. 목발을 짚어 위태로운 몸짓으로는 빨래 하나를 개운하게 널지 못했다.

세탁기에서 꼬인 빨래는 털어야만 꼬임을 풀고 구김을 없앨 수 있다. 그래야만 홀가분하게 빨래를 끝낸 마음이 든다. 바지랑대 높이 세워 파란 하늘가에 빨래를 널어 말리는 기분이다. 마음이 시원하다.

두 발로 딛고 서니 빨래마저 개운하게 잔뜩 게으른 얼굴로 건조대에 누웠다. 진작에 이랬어야지 타박을 하는 것도 같고, 모처럼 두 발 쭉 뻗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노래를 부르는 듯 빤히 쳐다본다.

"어쩔 수 없었던 걸 너도 알잖아?"

핑곗거리 하나 재게 불러다가 입을 막는다. 없는 말로 두리뭉실 넘어가는 게 아니니 굳이 핑계라 할 것도 아니다. 답답하고 우울한 시간을 돌려세우니 오늘이다. 오늘, 내일, 모레, 손꼽아 기다린 시간이 결국은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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