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이 등을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지만 누구는 그 볕을 피해 흙을 파고들기도 해. 축축이 썩어가는 낙엽더미가 고대광실 부럽지 않기도 하고, 내리쬐는 햇살은 그야말로 온몸에 박히는 화살처럼 두렵기도 할 거야.
동산에 둥실 달 떠오르면 곱게 분칠 한 달맞이꽃이 앞다퉈 아양을 떨고, 그럴 때면 낙엽 한 장 얌전히 밀어내며 남몰래 달을 훔쳐보는 녀석이 있을 거야. 드디어 낮이 기울고 밤이 됐구나! 안도의 숨을 몰아쉬다가 동산에 뜬 달을 발견하고는 훔칫 놀라 두 볼을 발그레 붉히려는 지도 모르겠어.
"아, 달님은 어쩌면 저리도 고울까?"
넋을 놓고 바라볼지도 몰라.
애써 볕을 피한 녀석들에게 혹여라도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을 거야 하는 위로는 말아줘. 손바닥으로라도 하늘을 가리고 싶은 녀석이라서 그래. 고대광실 으리으리한 집을 준다고 해도 녀석은 망설임도 없이 마다할 게 뻔해. 집 하나 등딱지처럼 짊어지고 사는 일은 진작에 벗어던졌거든. 집도 절도 없는 빈털터리 삶일지언정 훌훌 깃털 같은 자유로움이 좋다 노래를 불렀을 거야. 비지땀을 됫박으로 흘리며 집을 이고 가느니, 차라리 난 바람처럼 빈 몸으로 주유천하하는 게 좋아! 어쩌면 그게 민달팽이가 꾸는 꿈일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