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by 이봄


쉬엄쉬엄 거북이걸음으로 걷는다. 걷다 쉬다 따분하면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가을 찬바람이 쓸고 간 하늘은 정갈했지만 어쩐지 쓸쓸하다. 이미 골목을 몰려다니는 낙엽이 쓸쓸했고 두꺼워진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이 또한 그랬다. 줄지어 늘어선 은행나무는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한껏 아양을 떨었다. 보아도 그렇지 못해도 이렇게 가을은 깊을 터였고, 어느 길목에 서서 나는 주름 깊은숨을 들이쉬고 있겠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다 생각해야지 어쩌겠어?"

살갑지도 않은 말 하나 곁에 끼고서 바라본 하늘은 예쁘지도 않다. 뭐가 좋다고 일 하나 툭 불거지면 습관처럼 '그나마 다행인 거야!' 우물 대고야 마는 것들이 싫다. 굳이 싫다는데도 막무가내로 들러붙는 얄궂음에 피식 웃는다. 두 볼이 터져라 물어 나른 도토리 몇 알, 어쩌다가 한 입에 털어 준 다람쥐의 허탈함이 이 계절을 닮았다. 억지로 되는 것은 없다더니만 잊을만하면 나타나 기어코 그 말을 들려주고야 만다. 걸음걸음 쉬었다 걷는 걸음. 휴! 한숨 같은 바람에 어지럽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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