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그대가...

by 이봄


말을 골라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어렵다. 같은 말이라도 때를 맞춰야 하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만 낭패를 겪지 않는다. 그만큼 조심조심 살얼음을 걷는 성의를 가져야만 하는 거다.

어떤 말을 내세워 오늘을 이야기할까 고민하던 와중에도 원치 않던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집중하지 않으면 말 몇 개 끄적이는 동안에도 심각한 오타를 만들 수도 있다. 뜻한 생각은 오타에 매몰돼 오간데 없고 엉뚱한 말만 남아 시끄러울 수밖에는 없다.

'커피가 식어가는 동안에'와 '커피가 썩어가는 동안에'는 비교불가한 문장이다. 업어 치고 매쳐도 도저히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문장 하나 남겼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얼굴 화끈거렸을까 생각하니 헛웃음이 난다. 그나마 글을 쓰고 그림을 올리기 전에 눈에 띄었으니 다행이고 다행이다.

이래저래 말이란 놈은 쉽지 않다. 석 자 칼 보다도 무서운 건 세 치 혀다. 말의 힘이기도 하고 말의 무서움이기도 하다. 붓을 들어 마음조각 끄적이다가 때로 손을 멈춘다.

"많이 그대가...."

앞말을 받아야 하는 뒷말이 주저주저 뒷걸음질 쳤다. 뜨겁던 커피가 식어가는 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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