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다는 것

by 이봄


잦은 비가 내렸다. 조금 전까지 조용하던 창문이 와글와글 시끄럽다. 어쩌다 혹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면 귀를 쫑긋 세우고, 두 눈을 반짝이겠지만 잦은 비에는 시큰둥 딴짓을 한다. 또 오는구나 하는 거다. 익숙해져 무뎌진 감각은 반응이 번거롭다. 그렇다고 담장을 쌓고 절연하는 것과는 다르다.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그것에 대해 너무나 익숙한 탓에 무방비로 나를 노출시키는 거다. 목책을 거두고 사립문을 여는 거다.

병원을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경찰서를 내 집 드나들듯 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다만, 어쩔 수 없어 드나들게 된다면 그것도 결국은 익숙해진다. 진료를 받고, 수납을 하고, 처방전을 받아 들고 약국을 들르게 되는 것도 그렇다. 몸에 탈이 나면 그것이 만성이 되고 보면 멀리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정기적으로 예약을 해야만 하고 정해진 날짜에 기웃거려야 한다.

익숙한 건물이 입을 쩍 벌리고 환영을 했다. 낯설지 않은 회전문이 두 팔을 뻗어 손목을 잡아끈다. 반갑다고 호들갑을 떨며 진료실로 등 떠밀었다.

"아냐! 오늘은 거기가 아니야."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반겨주는 모습이 싫지만은 않았다. 골목을 막 빠져나오며 우회전을 하면 병원이구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익숙함이 주는 아이러니다. 오랜만에 내려간 고향이 가까워졌을 때의 그 반가움 같은 거다. 그래서 또 싱겁게 웃는 거, 삶의 조각들이 다 그렇지 뭐 하게 된다.

스며듦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그래서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 무엇이든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거다. 하물며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오매불망 해바라기한 너라면 더 말해 뭣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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