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by 이봄


그립다는 건 뭘까?

곁에 있어도 보고 싶고 방금 보고 헤어졌어도 다시 보고 싶어서 뒤돌아 뛰어가게 되는 마음이 그리움이겠다. 손깍지 끼고 길을 걸어도 못내 흡족하지 못해 힘껏 껴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눈에 아른거려서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고, 두근두근 심장이 뛰는 탓에 입맛이 달아나 밥상을 물리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잠은 제대로 잘까. 허공 가득 어여쁜 얼굴 달처럼 떠올라 훤히 밤을 밝혀만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매달려 하루, 이틀, 사흘.... 몇 날 며칠을 건너다가 마침내 더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보고 싶어지면 도랑물처럼 흐르는 바닷물에 첨벙첨벙 뛰어들었다. 퀭한 눈으로 샤워를 하고 한참이나 남은 배를 기다렸다. 한갓진 선착장을 때 이르게 나와 서성인다고 없던 배가 생길 것도 아닌데 나는 빈 선착장을 서성거렸다. 한라산 산허리 싹둑 베어내어 버스가 달렸고, 헐레벌떡 도착한 공항에서도 안절부절못하고 비행기가 날아오르기만을 기다렸었다. 멀고 먼 길이었지만 거꾸로 짧다고도 생각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에 비하면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는 것쯤은 별것도 아니었다. 늘 뇌까리게 되는 말로 길의 끝에는 네가 있어서다.

좀처럼 안개가 걷히지 않던 날에는 쌌던 짐을 풀고 다시 싸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이른 아침 동네 이장의 '금일 해무가 심한 관계로 연락선은 전편이 결항될 예정이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는 쩌렁쩌렁한 안내방송을 듣고 있자니 어찌나 울화가 치밀었는지 모른다. 답답했고 억울했다. 섬에 갇힌다는 게 이런 거구나 탄식했다. 뿌옇게 해무 가득한 바다만 야속하다 바라보고는 했었다. 눈덩이처럼 덩치를 키운 그리움이었고, 눈이 짓무르는 보고픔이었다.

풍랑이 일고 안개가 자욱해 저 바다에 갇혔을 때에도 그리움 하나 아롱거리면 나는 첨벙첨벙 바다를 건넜다. 심장 제멋대로 나대고 잠 못 들어 퀭한 눈으로 그리운 얼굴 하나 좇아 바다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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