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날씨가 험상궂었다. 먹구름 몇 개 찾아들면 이내 비를 뿌렸고 바람은 덩달아 미친 듯이 불었다. 우산을 펼쳐 들고 걷던 사람들은 봉변을 당해야만 했다. 계절이 바뀌는 시간이려니 하는 마음에도 느닷없이 찬물을 끼얹고야 만다. 들쭉날쭉 종잡을 수 없는 며칠이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생뚱맞은 고민을 할 때 뒤통수를 딱 하고 친다. 겨울이란다. 자고 일어나니 곤두박질친 기온이 급기야는 영하의 온도를 찍었다. 기세등등한 바람은 오늘부터 겨울이야 하고 선전포고를 했다.
"그랬니? 벌써 겨울이었던 거구나!"
풀 죽은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랬구나, 어쩐지 발가락이 얼고 발바닥이 꾸덕꾸덕 굳는 것만 같더니 벌써 겨울이었구나 하게 된다.
계절을 바꿔 탄다는 건 늘 쉽지만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 바람이 불었고 때로는 아리고 시큰거리기 일쑤였다. 요맘때면 새벽이 깊도록 쓴 소주를 마셔야만 했다. 핑곗거리가 차고 넘치는 탓에 밤은 짧았다. 이제서야 그 짧은 밤을 밀어내고 술이란 놈을 끊었더니만, 생각지도 못했던 놈이 고개를 쳐들어 자리를 대신한다. 발이 얼었다. 열 많은 친구 녀석은 '이제야 시원해서 좋구나!' 하며 콧구멍을 벌름거릴 판인데, 나는 서둘러 양말을 꺼내 신었다. 서둘러 찾아온 겨울이 얄궂었다.
한참을 언 발을 쥐고 조물조물 주물렀다. 몸살을 앓듯 계절을 건너는 '계절앓이'가 제법 야단스럽다.
"아, 젠장! 어쩌자고...."
그 옛날처럼 호호 입김 불어 녹여줄 어미도 없는데, 어쩌자고 발은 꽁꽁 어는 겐지 모르겠다. 아직 가지에 나뭇잎 다 지지도 않았는데 이른 겨울이 어깨를 으스대었다. 벌써 겨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