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었다. 남산자락 골짜기에 둥지를 틀고 청춘을 보낸 그였지만 막상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에 오르는 것도, 타워에 올라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타워에 알록달록 조명이 켜지면 산 아래 어느 건물의 옥상에서 '참 예쁘네!' 말 하나 우물거리는 게 전부였다. 남산 순환도로의 샛노란 은행잎이야 이태원 언덕을 아등바등 기어올라 스치듯 바라보는 게 고작이었다. 턱밑에 앉아 그 긴 세월을 보냈어도 정작 남산이란 건 그림엽서를 장식한 사진 한 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가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우리 남산에 가볼까?"
가을의 초입에 만난 산자락은 서둘러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다. 미처 물러나지 못한 여름은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맺히게 했지만 부는 바람엔 이미 바스락 가을이 매달렸다. 발밑으로 스치는 신갈나무와 아까시나무 잔가지는 노란 단풍이 고왔다. 아, 남산이 이렇게 생긴 산이구나 했다. 서울촌놈이 따로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촌부들이 우르르 자리를 차지한다는 관광명소가 있다. 63빌딩이라던가 올림픽공원 같은 곳이 소위 관광맛집이었다. 맛집에서 빠지면 서운하다 못해 억울한 장소 하나가 남산타워였다.
"아, 그게 말이지. 타워에 올라 전망경으로 북쪽을 보니까 김정은이가 이빨을 쑤시는 게 다 보이더라고...."
허풍 가득한 노인이 너스레를 떨어도 뭐라 핀잔을 놓을 수가 없었다. 왜? 그는 타워에 올라 본 적이 없으니 유구무언이었다. 입에 지퍼를 채운 촌놈이 그녀의 손을 잡고 팔각정 앞으로 나왔을 때, 쏴아 소낙비가 내렸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진분홍 고운 우산은 그래서 추억의 하나가 됐다. 진달래꽃처럼 고운 그녀가 꽃을 닮은 우산을 쓰고 걸었다. 단풍이고 타워고 뭐고 다 부질없었다. 아리따운 꽃송이 나비처럼 걸었고 넋이 빠진 그가 하냥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