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낮달이 훤하게 떴을 때 계수나무 아래 토끼 한 마리 바삐 방아를 찧고 있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쌀독은 바닥을 드러냈다. 서산에 지는 해는 유독 잰걸음을 걸었으므로 촌각을 다퉈 방아를 찧어야만 했다. 조금 있으면 굴뚝마다 밥 짓는 연기가 풀썩거릴 거였다. 계수나무 그늘에는 평상 하나 보기 좋게 자리하고 있었지만, 정작 토끼는 평상에 앉아 노닥거릴 짬이 없었다. 낮달은 파란 하늘에 조각배로 흔들리고 떠돌이로 떠돌아서 그렇다.
낮술에 취한 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고래는 파안대소 유쾌하게 소리쳤다. 듣는 누구는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친다 할지도 모르겠고, 또 누구는 주사를 부린다고 손사래를 칠지도 모른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술고래가 파란 바다에 볼 빨간 얼굴로 휘적휘적 헤엄을 쳤다. 이왕지사 낮술에 취한 고래라면 돌고래였으면 좋겠다. 하는 꼴이 양아치가 따로 없는 범고래나, 어마무시한 덩치로 바다가 좁은 흰 수염고래보다는 귀염귀염 수다스러운 돌고래였으면 좋겠다. 어쩌면 누구는 귀엽다 머리를 쓰다듬을지도 모른다.
방아 찧기에 허둥대는 토끼일지도 모르겠고 낮술에 취기가 오른 볼 빨간 고래인지도 모르겠다. 어둑한 방에 반쯤 기대앉아 추억에 취한 남자는 촉촉이 비에 젖은 말들을 불러내어 이야기를 주절거렸다. 들어도 그만, 한 귀로 흘려도 그만인 말들을 만들고 떠들었다. 일상이 되고 습관이 된 터라서 아침이면 해 뜨듯, 날마다 어설픈 이야기 하나 끄적인다. 한가롭게 찾은 주막에서 주모와 마주 앉아 농 한 사발에 껄껄껄 싱겁게 웃고 마는 한량의 낮술이 거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