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세상이 도깨비방망이가 널린 요즘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방구석에 콕 틀어박혀 세상천지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물론 배낭 짊어지고 두 발로 걷는 체험에 비할 바가 못되겠지만 남의 눈을 빌고, 남의 살갗을 빌어 느끼는 세상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거야. 수박 겉핥기라지만 혓바닥에 느껴지는 감촉과 콧구멍 벌름거리게 되는 향기야 누가 뭐래도 진실인 까닭이야. 단편적인 것에 그치는 간접체험이라고 해도 그게 어디야?' 하는 마음이지.
핑계를 됫박으로 쌓아놓고 두문불출 칩거하는 시간에는 짧기만 하던 하루도 너무 길고, 가슴에 들어차는 답답한 마음은 그 무게를 헤아릴 수 조차 없을 때도 있게 마련이야. 그럴 때마다 문을 박차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이렇듯 손바닥 가득 세상을 불러다 놓고서 쥐락펴락 훈수를 둔다는 게 얼마나 좋아. 경천동지 할 일이지. 금 나와라 뚝딱! 도깨비방망이를 내려치는 기분이 이럴지도 모르겠다. 빈둥빈둥 하릴없는 시간에 느닷없이 펭귄 한 마리가
아장아장 걸어 품을 파고드는 기분인 거야. 시공간을 폴짝 뛰어넘어 벌어지는 세상도 참으로 묘하고, 재밌고, 놀랍기만 해.
周遊天下!
물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가능하다면 두루 세상을 돌아보는 꿈도 정말 멋진 꿈이겠다 싶었어. 그게 아주 조금은 가능하던 때에는 훗날 어디쯤으로 밀어두었던 꿈일 터인데, 이렇게 방바닥을 뒹구는 것으로 꿈을 대신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그랬을까. 막상 말을 끄적이고 들여다보는데 간절함이 샘솟고야 말았어. 할 수 없음을 깨닫고야 드는 간절함 그런 거. 산처럼 쌓였던 시간도 바닥을 드러내고, 천 년 만 년 이어질 줄 알았던 건강도 아스라이 달아났어. 빈털터리 껍질만 남은 거미가 되고서야 허위허위 허공에 빈손 젓기가 허망할 뿐이야. 그래도 그나마 허상이 됐든 뭐가 됐든 간에 손에 든 세상에 마음 빼앗기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되뇌게 돼.
돌이켜보면 그나마 두 눈에 담았던 세상이 추억으로 되살아난다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야 하게 되네. 세상을 두루 보았거나 혹은 우물 속 세상만 보았거나, 개구리야 개굴개굴 개구리로 울 터라지만 두루 본 눈이야 어디 갈까. 두 눈 애지중지 보듬으며 한 세월 건너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