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 회피하는 게 있어. 마음은 굴뚝같은데 현실은 정반대로 행동해야만 할 때가 있고, 그런 말들을 은근슬쩍 감추게도 되는 일이 있게 마련이야. 예를 들어 '보고 싶다'는 말이 그중 하나이기도 해. 특히나 감정에 관한 말은 가슴에 품고 있을 때와 입 밖으로 꺼냈을 때의 간극이 확연하다는 거야. 우물우물 입안에 가두고 다독일 때는 그나마 견딜만하다가도 입술을 비집고 나와 귀를 어지럽히는 순간 터진 봇물처럼 감정선이 무너지는 거 같아. 그럴 때는 백약이 무효인지라 애초에 처방을 잘 내려야만 하는 거야.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놓는 어리석음을 막아야만 해. 종일 가슴에 맴도는 말일지언정 겉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입을 다물고 생각을 지우게 돼.
아이들이 보고 싶어! 시시때때로 가슴을 헤집고 달아나는 말인데 부러 딴청을 부리며 '뭔 소리야?' 마음에도 없는 말을 떠들게도 되고 그래. 그깟 말 한마디 뱉는 게 무슨 대수냐 하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고, 그만큼의 핑곗거리도 존재하고 말이지. 툭 하고 뱉는 말이 천금의 무게로 다가서기도 하고, 때로는 살갗을 파고드는 비수로 변하기도 해. 파리 한 마리 넙죽 잡아먹은 두꺼비처럼 눈만 꿈쩍이며 딴청을 떠는 거야.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 다 하며 사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하는 말로 위로를 삼아.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 그러니까 유난을 떨지 마! 은근 협박도 하고.
나뭇잎만 바람에 떨어져 낙엽이 되는 것은 아니야. 의미를 축소하고 낯빛을 바꿔야 하는 말들도 낙엽이 되기도 해.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고 가슴에 찬바람이 불 때면 특히나 그런 감정들이 주체할 수 없는 무게로 증폭되는 거야. 입에 자물쇠 하나 채워 묵언수행 동안거에라도 들어가야 하나? 머리를 긁적이는 날에 소란스럽게 창틀이 덜컹거렸어. 바람이 사나운 날이야. '남들도 다 이러면서 살아!' 하는 말 따위로 가슴을 달래지 못하는 날에는 먼 산 우두커니 바라보면 되려나 모르겠어. 낙엽으로 뒹구는 말들이 골목을 기웃거리는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