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어도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우거나 엉뚱한 말로 어깃장을 놓게 되는 게 생각이고 말이라는 놈이야. 그래서 바짝 정신을 차려야만 해. 허점을 드러내고 틈을 보이는 순간 숨겼던 발톱을 세우게 마련이라서 그래. 섞어 도움 되는 무엇이 아니라면 그럴 바엔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않는 것도 현명한 일인 거야.
오손도손 정담을 나눠도 아까운 시간에 정치얘기를 꺼내는 순간 형제지간에도 멱살을 틀어잡게 된다고들 하잖아. 명절날에 금기어를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야. 정치적인 말과 종교에 관해서는 절대로 식탁에 올리면 안 된다는 거지. 같은 언어로 이야기를 해도 마음에 저장되는 뜻은 전혀 이질적인 언어로 저장이 되거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현명함이 필요해.
애초에 소는 코뚜레를 틀어쥐어야만 하고, 말은 고삐를 바짝 죄어야만 어깃장을 놓는 놈들의 발굽에 차이는 일을 막을 수 있어. 말이란 놈은 그런 거 같아.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해야만 하고, 첨탑에 선 피에로처럼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난처한 일을 모면할 수 있는 거야. 너는 너의 말로 나는 나의 몸짓으로 수다스러운 게 말이라는 얘기지 뭐. 생각 없는 수다는 특수문자만 뻐꾸기 날리듯 날리는 거였는지도 몰라. 자판에 널브러진 자음과 모음, 뜻이 통하는 문장으로 꿰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그래야 이 겨울이 조금이라도 포근하겠다 싶어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