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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Dec 14. 2023

달아


"달을 언제 봤더라?"

뜬금포를 날리듯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다가 남의 다리를 긁는다고 달이 떠올랐고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날짜를 더듬거렸다. 도무지 이날이야 하는 날은 생각나지 않았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어쩌다 생뚱맞은 기억으로 떠오르는 게 달이구나 하고야 만다. 마치 그런 거다. 코피 터지게 싸움박질하던 녀석의 안부가 궁금한 거. 유년의 기억을 같이한다고 해서 꼭 보고 싶은 친구는 아니다. 어쩌면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꼴 보기 싫은 놈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스러지는 생각이 있고 사람도 있다.

바라는 것 없는 삶이라서 그랬을까. 안타깝고 시린 것들 없어서 그랬을까. 달은 멀리 있었고 밤은 짧아 금방이었다. 열린 창으로 목을 길게 빼고서야 겨우, 겨우 손바닥만 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손바닥 위에 뜨는 달은 그만큼 귀했다. 우연히 창가를 서성이다가 마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날을 잡고 마음을 다져야만 했다. 귀함이 커질수록 오히려 흔해빠진 돌덩이 바라보듯 심드렁하게 잊히는지도 모른다. 일부러 지워 외면하게 된다.

밤이 이슥하도록 뒷마당을 떠나지 못했다. 한 번 나선 걸음은 밤을 꼬박 지새우고서도 돌이킬 길이 없을 터였다. 오매불망 해 뜨고 달 떠도 잊지 못하는 것들 발목을 잡는데 매정하게 돌아설 수는 없었다. 발목이 시큰거리도록 서성일 게 뻔했다. 그래서 달은 멀리 있어야만 했고 초저녁 이른 시간에 곯아떨어져야만 했다.

그 옛날 아낙네들은 마음자리 뒤숭숭할 때마다 정화수 곱게 떠놓고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빌었다 했다. 곁에 선 남정네는 오도 가도 못하고 연신 담배만 피워 물었다. 밤새 새까맣게 애만 태웠다.

"달님.... 달님.... 제 말 좀 들어보소!"

끊기다 이어지다 말 하나 달처럼 떠 애달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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