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경향신문 오피니언 코너 [지금, 여기] 에 기고한 글의 초안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200300055&code=990100&s_code=ao346
“근데 주휴수당 진짜 줘요?”
새로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면, 제일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생각해보니, 내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주휴수당을 받았던 적은 한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최근에는 근로기준법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뤄져서 주휴수당을 많이들 아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주휴수당을 정확히 지급받는 곳은 여전히 적어 보인다. 세무대리를 맡아주는 세무서 사무실에서도 이 정도 규모에서 주휴수당까지 챙겨주는 곳은 거의 없다는 말도 들었다.
우리라고 돈이 남아서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가족은 보통 가게에서 평일에는 14시간, 주말에는 8시간 정도 돌아가며 일을 하고 있다. 인건비와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는 돈을 나누면 한 사람당 떨어지는 돈은 4천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편의점 중 상위 50% 안에 드는 매출이어도 현실이 이렇다. 그렇다보니 다른 곳에서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것이 현실적으로 당연하다는 말을 들을 땐 기운이 빠진다.
최저시급이 빠르게 오르면서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영업 인구가 시장 크기에 비해 상당히 많은 우리나라에서 인건비 상승은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주휴수당을 주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업장이 이해가 되는 이유다. 그러나 힘들다고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주휴수당을 주던 사업자들 역시 꾀를 내는데, 주 15시간 미만만 일할 사람을 요일이나 시간대별로 쪼개어 고용하는 것이다.
일본의 시프트 노동과 비슷하다. 쪼개기 근무는 주에 하루나 이틀정도의 일을 하게 된다. 때때로 근무일이 변경되는 일도 잦다. 이렇게 할 경우 노동자는 안정적으로 고정소득을 얻기가 더 까다로워지고, 사용자는 노동자에 대한 관리 부담이 늘어난다. 실제로 편의점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 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람을 고용하면 다양한 결제방식, 행사 종류, 포스기 사용법, 근무 시 응대태도, 매장마다 상이한 물품 위치, 신선식품 관리 등 교육할 거리가 꽤 있고 익숙해지는데 며칠 이상이 소요된다. 아르바이트 특성상 노동자의 교체주기가 짧은데 쪼개기를 하면 더욱 사람이 빨리 바뀌어 부담이 크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쪼개기 근무는 달갑지 않다. 파트타임 일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정적으로 적정 수준의 소득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주에 하루, 이틀 정도만 짧게 일하는 정도로는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없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섞어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르바이트 특성상 본인의 주업인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개인의 부담과 피로를 가중시킨다. 주휴수당의 의도가 노동자의 휴무와 회복을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오히려 열심히 일하고 돈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 더 고될 수도 있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주휴수당을 시행하는 국가는 몇 군데 없다. 임금체계가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고, 사용자와 노동자 입장에서도 계산이 까다로운 데다 쪼개기 근무와 같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휴수당을 받지 못해 노동청에 신고해도 해당 수당을 지급받기 까지는 몇 번의 출석과 대면조사 등 무척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노동자 입장에서도 주휴수당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시급이라도 잘 받으면 다행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주휴수당으로 보전되는 급여의 일부를 차라리 최저시급에 산입하는 것은 어떨까? 16~17%에 육박하는 주휴수당을 전액 다 산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사업장 규모나 매출액을 통해 조정하거나 일부를 최저시급에 산입 하는 것은 사업자 노동자 양 측에게 더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안한다고 생각한다.
편의점에 뛰어드는 영세 사업자들 중 많은 이들은 더 이상 일할 곳이 없는 은퇴인구가 많다. 경비나 미화, 일용직을 하려고 해도 나이가 많아 뽑아주지 않는다. 노후에도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들에게 자영업이란 마지막 보루와 같다. 최저시급도 못 줄 바에 망하는 것이 낫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빠른 사회변화 속에서 노후를 대비하거나 은퇴와 상관없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사업자들도 뽑아만 준다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편의점을 차려서 2년의 경력을 만든 뒤에 다른 가게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최저시급을 받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더 나은 대우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최저시급을 주며 사람을 써야하는 사업장 중 많은 곳들 역시 최소한의 인건비조차 힘겨워 벼랑 끝에 내몰린 것처럼 버티고 있다. 물론 최저시급조차 지급하지 않는 사업자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주휴수당 지급이 어려운 사업자들도 최저시급만큼은 지키려고 하는 곳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주휴수당의 폐지를 보전할 최저시급의 적당한 상승과 임금체계의 개편은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적어도 쪼개기 근무와 받지 못한 수당에 고통 받는 노동자도, 수당을 따로 챙겨야하는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에게도 임금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