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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지 Aug 20. 2015

시골 버스 안에서

사소한 일상

오후에 만나기로 한 취재원을 찾아가기 위해 하루에 겨우 여덟 대가 다닌다는 버스를 타야 했다.             . 시외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한 대를 엇갈려 놓치고, 한 시간여를 기다린 두 번째 버스는 반대 방향에 서는 바람에 사라지는 뒤꽁무니만 바라보아야 했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


필연적인 자괴감이 찾아왔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총 네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세 번째 버스를 잡   다.




한산한 버스 안에서는 두런두런 이야기들이 느리게 오고갔다. 기사 아저씨는 앞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아재, 약속 시간은 안늦었는교?' 물었고, 할아버지는 '오데. 늦어서 택시 탔다.' 며 뒷목을 긁었다. 잠자코 있던 할머니는 문득 뒤를 돌아 '침은 잘 맞고 오나?' 물었고 모자를 푹 눌러쓴 청년은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별안간 '누구 엄마 잔다'며 통로 건너를 가르키는 아줌마 때문에 다 함께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작은 마을로 가는 시골 버스의 사소한 일상에 귀를 기울이자 신기하게도 네 시간을 부글부글 끓던 속이 평화로워졌다. 곧 낯선 이에게로 초점이 옮겨왔다.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는 시골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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