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잉지 Nov 09. 2015

이유 같지 않은 이유

혀끝에서 맴맴


누군가 내게 제일 어려운 일이 무어냐 물으면

'말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 답할 것이다.






똑같은 일화를 전해도 배꼽을 잡게 만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이도 있다.

나는 후자였다. 이야기를 말로써 옮기는 일이 참 어려웠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그랬다.

다양한 이유로 혀 끝의 말을 도로 삼키는 일이 잦았다. 나는 과묵한 사람이 되었다.


점점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에 말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고작 한 마디 말에도 많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고 싶은 말을 곱씹고 되씹고 단어를 대체하고 어투를 바꾸고,

겨우 소리를 내면 그때는 늦었다.


기다려주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말 보다는 글이 편했던가보다.

열 번 스무 번 백 번을 망설여도 문장은 무심히 기다려 주었다.

수없이 고치고 다듬고 때로는 지워버려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에겐 어떤 위안이었다.






어느 공간에든, 쓰여진 모든 이야기들은

곱씹히고 되씹히며 수없이 고쳐진다.


글이란 언제나 가장 진실하고 꾸밈없는 형태의 표현이 된다.

어디에든 전해진 나의 조각은 수도 없는 되새김질 끝에 나왔다.

오랜 시간 망설여 쓴 한 줄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남기를 바란다.



끝끝내 전하기로 한 내 마음이 당신께 전해지기를.
















붉은 창 안에 맞닿은 어깨

덜컹덜컹 바람을 따라 너는 잠에 빠졌고

나는 뜬 눈으로 푸른 꿈을 꾸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와 밥을 먹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