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뿌리내려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고 싶다가도
단단한 땅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 무섭고
흐르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할 것이 무섭고
두려워만하는 내가 무섭다.
젊은 날의 열정이니 도전이니 패기니 하는 것은
타인의 것인 듯 내게서 멀고
여기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알지만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아니며
이도 저도 아니고 싶지는 않으나
견고해져 갇힌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숟가락에 고인 물에도 코 박고 죽을 수 있을 것 같으나
너무도 살고 싶어서 아프다.
두려운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반대의 것을 동시에 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경계에서 내게 맞는 균형을 잡는 일-
어쩌면 모든 것은 뿌리내릴 곳을 찾는 여정인지도 몰라.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는 여정인지도 모르고.
어지러운 생각은 죄다 마침표 없는 문장 같다.
끝도 맺지 못한 채 둥둥 떠다니기만 해.
저 상념에 매듭을 짓고 나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까-
부질없는 희망으로 빠져나가는 생각을 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