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맞바뀌고 이 건물과 저 도로가 엇갈리고 하늘과 땅이 회전하고 벽이 바닥에 들러붙어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 된다 너와 나와 설탕 커피, 딱딱한 빵, 미세먼지 한 움큼에 코튼 향 섬유 린스를 흘려 넣고 동작 버튼을 누른다 기침하는 너의 손을 잡고 사분의 삼박자 왈츠 정열의 탱고 발맞춰 차차차 정신없이 회전한다 심장과 위장이 뒤섞여 아랫배가 쿵쿵 뛰는데 의심도 없이 너를 사랑한다 세상의 접히고 부서지고 갈라진 틈새에 엉긴 우리가 끼였다 접혔다 꺾였다 펴졌다 구겨졌다 스크류바처럼 삑삑 꼬인다 일 번부터 칠 번 경추까지 칠백이십도 다시 삼 번부터 십일 번 흉추까지 오백사십도 이 번부터 오 번 요추가 이백팔십도 최선으로 비틀린 채 너를 생각한다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너를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확신한다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착각한다고 확신한다 색깔 옷은 선명하게 흰옷은 더 희게 구겨진 오늘이 회전을 멈춘다 오늘인가 내일인가 내일의 탈을 쓴 어제인가 모를 것이 축축하게 젖어있다 아파 죽겠다고 힘들어 죽겠다고 추워 죽겠다고 네가 말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그런데 네가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빨래에 코를 박고도 죽을 수 있습니까? 접싯물보다 더 깊은데요 헐떡대며 묻는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