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계절이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희미한 기억 속에
눈을 맞추면 손을 스치면 무릎을 포개면
둥그런 하늘에 균열이 갔다
부스럼 흩날리는 지난 세계에서 나는
부지런히 태엽을 감았다
습관처럼 너를 사는 나날이 익숙해진 후에
너에 관해서라면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되었다
네가 아닌 것도 쓸 수 없었다
쓰고 보면 모두 너였다
이따금 너를 잊었다고 생각하고서 다시
너를 잊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돌아서
다른 날을 찾아 잊기를 반복했다
잊지 않아야 잊을 수 있어, 이해하겠니?
하나의 무한한 기호로 선명한 너를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쓴다
투명한 경계를 따라
멈춘 계절이 흐르고 나는
쓸 수 없는 손으로 태엽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