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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by 잉지


믿을 수 없군. 한국이라-


작은 유리창 아래서부터 하얗게 얼어붙어오는 성에를 보며 내가 향하는 곳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는 떠난 일과 머문 일과 돌아온 일이 모두 포함된다.

믿을 수 없군. 그러니까, 모든 것을.



솜사탕 같은 구름을 기대하며 고개를 기울였더니 보란 듯이 차고 거친 구름이 뚝뚝, 눈에 들어온다.

저것은 설산- 눈보라 치는 설산. 하늘 위의 설산.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사람처럼, 돌아왔다.

삶도 여행도 진행형이으므로 끝났다는 말보다는 돌아왔다는 말이 좋다.


모든 것을 잊을 만큼 길지도 않았으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만큼 짧지도 않았다. '돌아왔구나'하는 정도는 느낄 법도 한데 놀랍도록 덤덤해 왠지 머쓱하다. 낯설지 않다. 낯설어야 할 것 같은데 낯설지 않으니 역시 낯설다.


여행'기'를 위한 여행은 아니지만, 여행을 했으므로 이야기가 생겼다. 온 겨울이 다 가도록 뜨거운 곳에서 지내는 동안 입춘도 지나지 않아 마음엔 꽃이 피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떠올리자면 울컥 눈시울부터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다. 여느 때 보다도 아름다워 벌써부터 그리운, 그 시간들을 말한다.